보호의 울타리를 넘어 자유의 세계로
1950년대에는 움직이는 사진(활동사진)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극장을 찾아가서 정해진 상영시간에 틀어주는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영화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개인의 휴대폰에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때는 동영상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엄격히 구분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개인이 동영상의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만든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려 수입까지 얻는 생산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1953년에 만들어졌다. 근로기준법은 몇 차례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1950년대의 일자리 환경을 가정하고 있다. 즉 다수의 동질적인 근로자들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모여서 사용자의 지휘감독에 따라 일하는 환경, 그리고 근로자는 낮은 교섭력으로 인해 사용자의 횡포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자연히 법은 근로조건에 있어 당사자의 자유보다 획일적인 규제를 우선하였고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대등한 권리보다 사용자의 책임을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근로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되어왔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지난 70년간 일자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은 바다가 육지가 되듯이 바뀌었다. 근로자는 더 이상 서로 동질적이지 않다. 더욱이 근로자이면서 사업자인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가상공간의 등장으로 일하는 시간과 장소 또한 일정하지 않다. 그리고 근로는 이제 육체노동이 아닌 인적자본의 행사이므로 사용자는 고급 인적자본에 대해서 교섭력의 열위에 놓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새로운 환경에서는 근로내용 및 환경의 개별적 특성에 맞추어 당사자간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계약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근로기준법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 따라서 당사자가 서로 원하는 내용의 근로가 이루어지지 못할 뿐 아니라 응당 만들어져야 할 일자리조차 만들어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당초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법이 ‘일자리 창출을 통한 근로자 보호’라는 가장 기초적인 사명조차 거부하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러한 법과 현실의 괴리에 대해 고민하는 학자와 전문가들이 모였다. 노동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 현장의 이슈를 담당하는 법률회사 전문가, 노동시장을 연구하는 노동경제전공 교수 등 노동을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그리고 지난 2년여 간 온라인과 오프라인 토론을 통해 이슈를 정리하고 대안을 모색하였다. 그리하여 ‘근로계약기본법’을 대안으로 제시하게 되었다. 근로계약기본법은 기존의 근로기준법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담당하되 근로계약의 주요 결정사항은 근로계약기본법에서 다루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먼저 제1장은 기본법의 필요성과 제정방향을 설명한다. 제2장은 기술변화와 사회변화 등 노동시장의 환경변화가 어느 정도이며 왜 당사자자율에 의한 계약이 필요한지를 실증적으로 제시한다. 제3장은 독일,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근로계약법이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논의되어 왔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제4장은 우리나라에 적합한 근로계약법의 법적 성격과 기본방향을 설명한 다음 제5장은 근로계약법의 시안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제6장은 향후의 과제에 대해 의논하고 마무리한다.
연구진의 입장에서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된다. 첫째, 이 책이 담고 있는 근로계약법 시안은 우리나라 최초로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그간 각종 정부 용역에 의해서 근로계약법에 대한 연구물이 생산되기는 하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부 또는 공공부문에서 검토하는 차원이었다. 따라서 그 결과물이 널리 유포되고 공론의 장에서 토론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은 정부의 어떠한 지원이나 지침 없이 현재의 상태에 대해 깊은 문제의식을 가진 민간의 학자 및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연구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앞으로 관련 법제기구 및 학계 등에서 자유롭게 토론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 책은 근로계약법에 대한 구체적 시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근로계약법에 대한 주요 내용을 추천하는 ‘설계도’ 수준이 아니라 법조문 형태로 발전시킨 ‘모형’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구체적 시안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구체화함으로써 실제로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훨씬 효율적이 될 것이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 시안을 기초로 법조문을 만들 수 있으며 시안이 담고 있는 조문 문장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작업을 하고보니 결과물이 나온 이후 아쉬운 점이 많았다. 아직까지 연구진 내에서 백퍼센트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부분들도 있다. 그중 중요한 몇 가지를 추려서 향후과제로 남겼다. 모형을 통해 몸의 주요 기능을 담당할 신체 각 부분을 만들기는 했으나 다리를 3개로 할지 4개로 하는 것이 좋은지 등 여전히 연구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독자 여러분의 생각과 판단 또한 많을 것이다.
1. 근로계약법 제정의 構想
Ⅰ. 근로계약법 제정의 필요성
Ⅱ. 근로계약법의 기본방향
2. 근로계약법 제정의 필요성과 그 배경
Ⅰ. 도 입
Ⅱ. 기술발전과 노동시장 환경의 변화
Ⅲ. 사회변화와 노동시장 환경의 변화
Ⅳ. 결 론
3. 주요국가의 근로계약법제
Ⅰ. 독 일
Ⅱ. 일 본
Ⅲ. 중 국
4. 근로계약법의 성격과 기본방향
Ⅰ. 근로계약법의 법적 성격
Ⅱ. 근로기준법과의 관계
Ⅲ. 근로계약법의 구성 및 내용
5. 근로계약법 시안(試案)과 해설
Ⅰ. 총 칙
Ⅱ. 근로계약의 체결
Ⅲ. 근로계약의 내용
Ⅳ. 근로계약의 전개
Ⅴ. 계약위반과 책임
Ⅵ. 근로계약의 종료
6. 향후과제
부록1: 근로계약법 시안
부록2: 근로기준법에서 수정 또는 삭제되어야 할 내용
남성일(南盛日)
로체스터대학 경제학 박사, 시라큐스대학 조교수를 거쳐 서강대학교 교수로 재직 후 정년 퇴임.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노사정위원회 고용서비스위원회 위원장 역임. 주요 저서로, 「한국의 노동 어떻게 할 것인가」(공저, 2007), 「알기 쉬운 노동경제학」(2016), 「일거리와 일자리를 위하여」(2019) 등이 있음.
박기성(朴基性)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University of Chicago 경제학 석사・박사,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 주요 저서로, 「경영학자와 경제학자가 함께 쓴 창조경제 이야기」(공저, 2013), 「박기성 교수의 자유주의 노동론」(2020)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Economic Growth and Multiskilled Workers in Manufacturing” Journal of Labor Economics(1996), “A Theory of On-the-Job Learning” International Economic Review(1997), “Labour Share and Economic Growth in OECD Countries” Global Economic Review(공저, 2019) 등이 있음.
이 정(李 鋌)
동경대학교 법학부 석사・박사, 큐우슈우(九州)국립대학교 법학부 교수,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 한국노동법이론실무학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심판위원 등을 거쳐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 주요 저서로, 「解雇紛爭解決の法理」(2001), 「整理解雇と雇用保障の韓日比較」(2002), 「노동법의 세계」(2015), 「일본노동법」(편역, 2015) 외 다수 있음.
이상희(李相熙)
(현)한국공학대학교(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융합학부 교수. 숭실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전)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현)한국비교노동법학회 회장, (현)한국사회법학회 회장, (현)중앙노동위원회 공익심판위원, (현)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 (전)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공익위원 등 역임. 주요 저서로, 「통상임금의 법경제학적 이해」(2013), 「청년일자리 찾기 전략 연구」(2012) 외 다수 있음.
김희성(金熙聲)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 주요 경력으로는 (사)한국비교노동법학회 회장과 강원도지방소청심사위원장을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와 (사)한국노동법학회 수석부회장으로 있으며, 주요 저서로, 「노동사회의 변화와 노동법」(2007),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적용 판단기준」(공저, 2019) 등이 있음.
변양규(卞陽奎)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및 국제경제학 석사, 텍사스 A&M대학교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한국노동경제학회 부회장,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부회장 등을 거쳐 현재 김・장 법률사무소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 주요 저서로, 『전환기 한국, 지속가능발전 종합전략』(2015), 『기본소득제, 논란의 두 얼굴』(2017) 외 다수 있음.
조영길(曺永吉)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서울지방법원 판사, 김앤장법률사무소 등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 노동부 정책자문위원,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위원, 국민연금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을 역임. 주요 저서로, 「노사관계 개선의 바른길 I, Ⅱ」(2011), 「노동법 쟁점 해설」(공저, 1998) 등이 있음.
김준근(金俊根)
아주대학교 법학 박사(노동법), 노사관계개선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한국공학대학교(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 주요 논문으로, “도급과 파견의 노동법적 개선 방안 연구”(2015), “업종별 도급과 파견의 구별에 관한 담론”(2015, 공저)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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