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행복을 약속한 적이 있었는가? 과학은 진실을 약속했고,
이제 사람들이 진실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지가 문제이다.
-프랑수아 자콥-
인류는 과학기술로 인해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아왔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지나자, 과학기술 자체가 행복을 약속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혜롭게 과학기술의 방향을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컨대, 원자력은 오늘날 중요한 에너지원이지만, 핵무기로 사용될 경우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 복제기술의 경우도 인류를 치료해 줄 수도 있지만, 복제인간 탄생의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인류문명이 인간의 지배에서 법의 지배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과학기술과 법은 우리의 일상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세상을 움직이는 커다란 힘인 과학기술과 법의 본질을 이해하고, 법이 과학기술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해 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하는 목적에서 집필되었다. 현대의 과학기술은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 있어서 전문가들도 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대 과학기술이 가지는 유용성과 위험성을 판단하고 적절하게 조정하는데 있어서 시민의 이성적 판단이 중요하다. 저자는 시민이 그러한 판단을 하는 데 필요한 과학기술과 법적 지식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고자 노력하였다.
플라톤은 ‘정의’ 등과 같은 주제에 대한 ‘대화’라는 책을 집필하였으며, 갈릴레오는 1632년 천동설과 지동설이라는 당시의 두 세계관에 대한 ‘대화’라는 책을 발간하였다. 과학기술에 힘입어 인간이 지구의 운명을 손에 쥐게 된 현 시점에서는 ‘과학기술’과 ‘법’ 간의 ‘대화’가 시대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통의 언어가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과학기술과 법은 인간의 ‘이성’에 바탕을 두었다는 동일한 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 지식과 법조문에서 이성의 빛을 찾기 위해서는 그 근원까지 파고들어야 한다는 어려움을 넘어서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대화’를 서술하는 데 있어서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했다. 첫째, 과학기술지식과 법의 역사적 기원과 그 발전과정을 기술함으로써, 긴 시야를 확보하여 그 아래 흐르고 있는 ‘이성’을 감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둘째, 법을 다루는 데 있어서 ‘법조문의 해석’ 보다는 ‘바람직한 법의 설계’라는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법조문에 조용히 숨 쉬고 있는 이성을 일깨우고자 했다. 셋째, 특정 과학기술의 속성이 어떻게 특정 법조문에 영향을 주었는지에 주목함으로써 통합적 사고라는 이성이 가진 본질을 드러내고자 했다. 넷째 저자의 주관적 지식보다는 객관적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가급적 원전을 직접 인용하고자 했다. 이러한 저자의 시도가 화석연료기반의 문명을 성찰하고, 과학기술의 발전방향을 바르게 유도하는 법제도를 설계하는 데 작게나마 기여하기 바란다.
필자는 이 책을 3부로 나누어 집필하였다. 제1부(과학기술과 법의 만남)에서는 과학기술과 법에 대한 개별적 쟁점을 다루기 전에 알아야 할 과학기술관련 법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제2부(과학기술 발전과 법의 대응)에서는 각 분야의 과학기술의 발전 과정과 이에 대한 법적 대응 방식을 기술하였다. 제5장에서는 정보통신, 제6장은 의약품, 제7장은 생명공학, 제8장은 유전자변형식품, 제9장은 핵무기, 제10장은 원자력이라는 기술의 발전과정을 서술하고, 우리 사회가 이들 기술을 진흥하거나, 통제하거나, 재산권으로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법을 설계해 왔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제3부(과학기술과 법의 미래)에서는 과학기술과 법의 미래에 대해서 열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제11장에서는 기후변화 현상과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살펴보면서, 이것이 인류 문명과 과학기술에 던지는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제12장에서는 적정기술을 살펴보면서, 과학기술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 법제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해 기술하였다.
제1부의 경우 법에 대한 설명이기 때문에 다소 흥미가 떨어지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관심 있는 주제를 먼저 읽고, 이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제1부를 나중에 읽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하나의 방법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러한 점을 잘 알면서도 저자가 제1부에서 법학 전문가에게도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주제를 원문에 근거해 정면으로 다룬 것은, 시민이 변화하는 과학기술에 대해 능동적이고,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서 거쳐가야 할 관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책을 집필한 후, 아침에 일어나서 신문을 보면서 여기서 다룬 주제들이 얼마나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지를 체험하고 있다. 폴 우드러프가 「최초의 민주주의」에서 말한 바와 같이,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아테네의 "파이데이아"Paideia) 즉 전문가의 주장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혜를 주는 시민교육이 필요하다.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을 결합 시키고자 한 필자의 시도가, 이성이 숨 쉬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제1부 과학기술과 법의 만남
제1장 과학기술과 법의 관계
제2장 과학기술을 진흥시키는 법
제3장 과학기술을 통제하는 법
제4장 과학기술을 재산권으로 만드는 법
제2부 과학기술 발전과 법의 대응
제5장 정보통신, 인간과 법의 공간을 넓히다
제6장 독감,치료제를 누가 만들 것인가
제7장 복제양 돌리, 인간복제를 걱정하게 하다
제8장 유전자변형식품, 육성과 규제 사이
제9장 핵무기, 통제의 방법
제10장 원자력, 그 빛과 그림자
제3부 과학기술과 법의 미래
제11장 기후변화, 어떻게 대처 할 것인가
제12장 새로운 문명과 좋은 과학기술로 향한 길
● 윤권순
서울대학교 화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이학석사)
런던대학교 QMW 법학부 졸업 (지식재산권 석사)
충북대학교 법학과 졸업(법학박사)
현,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위원
이메일 : ks61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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