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상황에서 연고주의만큼 중요한 문제가 있을까? 우선 현재 우리는 지역간 갈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국가적 분열상황에 봉착해 있는데 그 단초가 바로 지연에 따 른 것이다. 이외에 학연에 따른 이기적 떼지움 현상은 얼마나 극심한가? 이는 일반 사 회나 추잡한 정계뿐만 아니라 한국의 최고지성인 대학사회에서도 횡행한다. 즉 한국 의 많은 일류대학의 교수진은 그 대학 학사출신으로 80% 이상이 채워지고 있다. 그리 고 이 일류대학의 총장선거에서는 본 대학출신의 총장이 뽑히기 마련이다. 미국의 일 류대학이 본 대학출신의 교수임용을 30% 이하로 제한하고 총장은 능력있는 관리자로 뽑는 것에 비하면 아주 대조적이 아닐 수 없다. 연고주의의 세 가지 요소인 혈연, 학연, 그리고 지연은 각기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연고주의를 잘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엘리트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나라이다. 아무리 민주국가라 해도 나라를 이 끌어가는 것은 소수의 뛰어난 엘리트층이다. 즉 미국의 세습적 재벌가 록펠러나 포드 가문이 미국을 이끌어 나가고 영국은 귀족들이 엘리트 집단을 형성해 나라를 운영한 다. 이들은 혈연과 학연을 토대로 엘리트층을 계승해 나간다. 즉 미국의 재벌들은 하 바드, 예일대학을 다니고 영국의 귀족들은 이튼과 옥스브리지대학을 거친다. 미국과 영국의 엘리트 층은 사회의 존경을 받으면서 그들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전쟁 이 발발하면 제일 먼저 영국의 귀족의 자제가 군대에 지원한다.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재벌의 재산상속세를 철폐한다고 발표했을 때 재벌들이 앞장서서 이를 반대했다. 그렇 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엘리트층이 국민의 신망을 받고 나라를 이끌어 나간다. 우리 나라는 어떤가? 엘리트층으로 간주할 수 있는 재벌들은 상속세를 피하려 안깐힘을 쓰 고 고급공무원, 정치가들은 자식을 군대에서 빼돌리려고 혈안이다. 국민들은 모두가 다 잘 났고 자기 주장을 한다. 엘리트그룹도 없고 설사 있어도 이들의 존재를 깔아 뭉 개버린다. 그러니 나라가 방향을 잃고 해결할 문제들이 산적할 뿐이다. 엘리트층이 육성되고 이들이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 그 엘리트층은 학맥으로 이어진 집단일 수 있고 혈연으로 맺은 재벌집단일 수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어려운 현재 실정 으로 보아서 엘리트층의 생성이 쉽지가 않다. 그러나 언젠가는 엘리트층이 대두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 정리한다면 연고주의의 세 가지 요소인 지연, 학연, 혈연은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 면 모두를 지니고 있다. 애향심, 향교심, 엘리트 의식을 공유한 동문 등은 긍정적 측 면의 연고성이다. 그러나 투표에서 지연에 따라 몰표를 주고 총장, 교수 임명에 동창 회, 동문회가 나서는 것은 연고성의 추악한 모습이다. 김대중 정부는 집권 초 제2건국위원회를 조직하고 지역간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저자는 딱 한번 이 위원회에 초청받아 조언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때 제2건국위원회의 위원명단을 보고 아연 실색했다. 위원들은 언론사 사장, 연예 인들로 구성되어있고 연고주의를 연구하는 학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결과는 어떠 했는가? 김대중 정부가 막을 내린 얼마후 2003년 초 제2건국위원회의 해단식이 있었 다. 아쉽고, 쓸쓸하고, 맥빠진 해단식이었다고 한다. 한국연고주의의 병폐 즉 지역간 갈등을 푸는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그럴수록 이 문제 는 학자에게 맡겨야한다. 몇 쌍의 영호남 총각-처녀간의 결혼행사, 영-호남 대학생간 의 놀이 한마당 축제로 영호남간의 갈등이 해소되리라고 생각하면 이것은 넌센스다. 학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노심초사해야 간신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학자들 도 연고주의에 대해서 많은 연구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엘리트층의 출현 이 너무 절실한 반면 지역간 감정의 해소가 아직까지 중요한 국가과제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과문으로 애초에 시도했던 대로 충실한 책이 쓰여지지 않았다는 자책감이 든 다. 그러나 연고주의 연구의 필요성을 사회와 학계에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에 부족한 대로 책을 펴내기로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라를 아끼는 지도자들이 연고주의와 관련 해 학자들의 말에 귀를 귀울여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다행이다. 제2건국위원회와 같은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으로 저자의 의도는 달 성된 것이다. 또 어느 후학이 이 책을 읽고 연고주의를 더 열심히 연구하고 그래서 더 좋은 책이 출판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2003년 9월 위당관 4층에서 청송대를 굽어보면서
서 론 연고(緣故)주의의 사회심리학적 이해 제1장 연고주의와 그 함의 제2장 혈 연 제3장 학 연 제4장 지연(1); 고정관념 제5장 지연(2); 편견과 지역감정 제6장 지연(3); 차별 제7장 집합주의와 연고 제8장 연고주의의 심리적 동기 제9장 엘리트와 연고주의 제10장 고정관념, 편견, 그리고 차별의 타파 제11장 연고주의의 올바른 정립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심리학과 졸업 동 대학원 졸업(사회심리학 전공) 하와이주립대학교 대학원 졸업(심리학 박사) 뉴욕대, 괴테대, 흄볼트대 교환교수 전 한국심리학회장, 힌국행동과학연구소 부소장 현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심리학과 교수 한국사회과학연구협의회, 피해자 학회 부회장 시민회의 일하는 복지사회센터 소장
상품문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