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의 역사는 위험을 통제하고 신뢰를 쌓아온 여정이었다. 현대 기술이 발전할수록 새로운 위험이 등장했고, 그때마다 항공은 위기를 교훈으로 삼아 더 단단한 체계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위험은 단순히 안전(safety)과 보안(security)이라는 두 축으로 나누어 설명하기 어렵다. 첨단 기술의 복잡화, 사이버 위협의 확산, 내부자 요인과 인적오류의 중첩은 두 체계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있다. 이제 안전과 보안은 서로를 보완하는 기능적 관계가 아니라 함께 존재해야만 지속될 수 있는 하나의 통합적 위험관리 구조가 되었다.
예컨대, 1984년 아에로플로트(Aeroflot) 3352편과 2006년 컴에어(Comair) 5191편 사고는 관제․조종 단계의 절차 미준수와 공항 운영환경의 구조적 결함이 결합하여 전통적 운항안전 체계의 취약성을 노출한 대표적 인적․조직요인 기반 사고였다. 반면, 항공보안 영역에서 발생한 2010년 슬로바키아 공항의 폭발물 오적재 사건, 2015년 마닐라공항의 총탄삽입 사건, 그리고 2025년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 사이버 공격은 절차 실패, 내부자 위협, 공급망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드러나 보안 실패가 단일 사안에 그치지 않고 운항안전체계 전반으로 파급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와 같은 비교는 안전(safety)과 보안(security)의 위험발생 구조가 상호 연동되어 있으며, 보안 실패가 안전 영역의 시스템적 위험(risk)으로 확산될 수 있는 통합적 성격을 지님을 시사한다. 이처럼 실제 사건의 원인과 결과는 ‘안전 vs 보안’이라는 단순한 구분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 영역의 균열이 다른 영역의 붕괴로 이어지는 교차위험(cross-domain risk)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에 항공의 관리체계는 안전관리시스템(SMS)과 보안관리시스템(SeMS)의 병렬 운영을 넘어 두 체계가 긴밀히 연동되는 통합적 구조(safetysecurity interface)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 통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정한 통합은 제도나 장비가 아니라 문화적 기반(cultural foundation) 위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규정을 강화하고 처벌을 엄격히 하는 것으로는 오류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없으며, 중요한 것은 실수를 숨기지 않고 학습으로 전환하는 조직의 능력이다. 이러한 점에서 공정문화(Just Culture)가 주목받고 있다. 공정문화는 인적오류를 처벌로서 다루지 않고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닌 한 처벌보다 학습을 우선시한다. 그 과정을 통해 시스템의 결함을 찾아내고 개선의 계기로 삼는 문화, 즉 신뢰를 제도화한 학습의 구조가 바로 공정문화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공정문화를 ‘신뢰에 기반한 보고체계의 핵심 전제’로 명시하고 있으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국제공항협의회(ACI) 또한 보안문화(Security Culture) 지침에서 공정문화를 ‘조직이 배우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정문화는 안전과 보안을 잇는 신뢰의 원리이다. 보고를 통해 배우고, 학습을 통해 예방하며, 예방을 통해 복원력을 높이는 체계가 바로 안전과 보안을 통합하는 문화적 토대이자, 규범적 신뢰를 구축하는 항공분야의 새로운 방향이다. 결국 안전과 보안, 그리고 신뢰는 따로 존재할 수 없다. 공정문화는 그 세 가지를 하나로 잇는 다리이며, 이 책은 그 다리를 놓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제1부 공정문화
Chapter 01 공정문화의 형성과 진화
Ⅰ. 인적요인 기반 항공안전의 구조
Ⅱ. 항공안전데이터와 정보 및 공정문화
Ⅲ. 공정문화 비공개 및 비처벌 원칙의 제도적 발전
Chapter 02 공정문화의 개념 체계와 적용 범위
Ⅰ. 공정문화의 정의
Ⅱ. 공정문화 적용 범위의 설정
Ⅲ. 용인(tolerance)의 경계 문제
제2부 공정문화와 항공안전
Chapter 03 공정문화 관련 국내외 규범 체계
Ⅰ. ICAO 공정문화 규범
Ⅱ. 미국의 공정문화 법제
Ⅲ. 유럽연합(EU)의 공정문화 입법(Legislation) 체계
Ⅳ. 호주의 공정문화 법제
Ⅴ. 한국의 공정문화 법제
Ⅵ.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한 한국 공정문화의 과제
Chapter 04 공정문화 비공개 쟁점 및 관련 사례
Ⅰ. 항공안전데이터와 정보의 비공개 쟁점
Ⅱ. 항공안전데이터와 정보의 비공개 사례 분석
Chapter 05 공정문화의 비처벌과 용인의 경계
Ⅰ. 공정문화와 형사책임의 충돌
Ⅱ. 과실 판단 법리의 적용
Ⅲ. 운항규정 위반과 용인의 적용
Chapter 06 공정문화 기반 항공안전 거버넌스
Ⅰ. 공정문화 인식과 조직 역량 강화
Ⅱ. 항공규제 개선
Ⅲ. 항공안전정보 보호와 보고 활성화
■ 결론: 항공안전 공정문화의 종합적 고찰
제3부 공정문화와 항공보안
Chapter 07 항공보안 공정문화의 이론적 기반과 국제 동향
Ⅰ. 항공보안 공정문화의 이론적 기반
Ⅱ. ICAO의 항공보안 공정문화 적용과 시사점
Chapter 08 항공보안 행정제재와 공정문화적 접근법
Ⅰ. 항공보안 행정제재의 법리적 구조
Ⅱ. 항공보안 행정제재(과태료) 사례
Ⅲ. 행정제재 쟁점 분석과 공정문화적 접근법
Chapter 09 공정문화 기반 항공보안 거버넌스
Ⅰ. 법제도적 개선 방안
Ⅱ. 조직문화 개선과 자율보고제도 연계
Ⅲ. 항공보안 공정문화 심의위원회 제도화
■ 결론: 항공보안 공정문화의 종합적 고찰
Final remarks
References
공정문화(Just Culture)를 핵심 연구주제로 한국항공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연구자로, 항공안전과 항공보안의 통합 거버넌스 및 행정규제의 구조적 정교화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를 비롯한 국제기준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한국 항공안전․보안 제도의 규범적 기반과 정책 및 제도의 규범적 타당성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안전관리시스템(SMS)과 보안관리시스템(SeMS)을 연계한 통합적 위험관리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재난안전정책개발연구원 항공연구소 소장 및 한국항공보안학회 감사로 활동하며 국제기준을 기반으로 항공안전․보안 행정규제 체계와 안전 및 보안문화 정착 등 핵심 정책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양한 사례와 판례를 정교하게 분석하여 제도적 쟁점을 입체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바탕으로 복잡한 규제체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신뢰성 높은 학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저서 「Just Culture: 항공안전과 공정문화」를 통한 공정문화 법제화와 항공안전․보안 규제 혁신의 방향을 제안하며, 학술과 정책을 잇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 연구 이력
항공 관련 법 및 제도 전반에 걸쳐 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특히 공정문화(Just Culture)를 핵심 주제로 항공안전ㆍ보안의 통합 거버넌스와 행정규제 체계의 실효성을 연구해 왔다. 그 주요 성과는 다음과 같다.
학위논문: 「항공안전을 위한 공정문화의 실효성 제고에 관한 연구」(2023)
논 문: 「항공분야의 공정문화와 비처벌」(2023)
「공정문화 기반 항공보안문화 제고 방안」(2025)
「공정문화 기반 항공보안 과태료 제도의 실효성 제고 방안」(2025)
저 서: Just Culture: 항공안전과 공정문화(2024)
이 연구들은 국제기준 해석과 실제 사례 및 판례 분석을 토대로 규제체계의 운영상 한계를 구조적으로 진단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항공분야의 안전과 보안이 신뢰와 학습 기반의 공정문화 체계로 전환될 수 있는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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