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는 언제나 국가의 위기와 함께 그 의미가 재정의되어 왔습니다. 중앙집권이 강화될 때마다 지방자치는 후퇴의 언어로 호출되었고, 사회적 균열이 심화될 때마다 지방자치는 다시금 회복의 해법으로 소환되었습니다. 2026년 『지방자치론』 제17판을 내놓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그러한 전환의 지점에 서 있습니다.
2025년 윤석열 정부의 탄핵과 그에 따른 정권 교체를 거쳐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5극 3특’이라는 새로운 국가공간전략을 제시하며 국가균형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설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나누어 주는 전통적 의미의 지방분권을 넘어, 지방을 국가 성장의 주변부가 아닌 중심축으로 재배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룹니다. 다시 말해, 지방자치는 더 이상 ‘분권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재편의 주체’로 요청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17판에서는 이러한 변화된 정책 환경을 반영하여, 지방자치를 국가균형발전 전략 속에서 어떻게 구조적으로 내재화할 것인가를 보다 입체적으로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전환은 우리가 직면한 또 하나의 엄혹한 현실, 곧 인구소멸의 가속화라는 구조적 위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인구 감소는 단순한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행정구역 체계·재정 구조·서비스 전달 방식 전반을 흔드는 근본적 도전입니다. 지금의 지방자치는 역설적으로 존립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본 제17판에서는 인구소멸을 지방의 쇠퇴로만 환원하는 관점을 경계하면서, 광역대도시권을 중심으로 한 행정체계 재편과 기능적 연계, 즉 대도시 중심 체계로의 행정개편이 갖는 전략적 의미를 본격적으로 논의하였습니다. 이는 지방을 버리고 수도권으로의 일극 집중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서 제시되는 것입니다. 한편, 오늘날 지방자치의 위기는 행정과 제도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대의민주주의 전반에 대한 불신과 정치적 무력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실험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또한 주민참여의 확대를 단순한 절차적 보완이 아닌, 민주주의의 질적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하였습니다. 주민투표, 공론화 제도, 숙의민주주의적 실험 등 직접적 참여의 활성화는 대의제의 대안이 아니라 보완이며, 그 과정 속에서 지역사회가 다시금 공동체로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는 행정의 효율성을 넘어, 공동체 정신의 복원과 사회적 연대의 재구성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함께 떠안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아래, 제17판은 지방자치를 ‘제도’, ‘정책’, ‘민주주의’, ‘공동체’라는 네 개의 축을 중심으로 재정비하였습니다. 변화된 정치·사회적 환경을 반영하여 기존 내용을 보완·수정하는 한편, 한국의 지방자치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규범적·실천적 논의를 보다 분명히 제시하고자 하였습니다.
제1부 지방행정
제1장 지방자치에 관한 제 논의
제2장 지방자치단체 구역․계층․광역행정
제3장 지방자치단체 및 단체장의 권한과 지방자치 역사
제4장 정부 간 관계 및 사무배분
제5장 지방공무원제도
제6장 지방선거
제7장 지방의회
제2부 지방재정
제8장 지방재정
제9장 지방세 및 지방채
제10장 지방경영: 지방공기업(제3섹터)과 세외세입
제3부 주민참여와 거버넌스
제11장 주민참여와 주요국의 지방분권 경향
제12장 도시화와 지방소멸
제13장 지방정부의 재난관리와 국제교류정책
제14장 교육자치와 자치경찰
임승빈(林承彬)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및 대학원을 졸업(1985년)하고 日本 東京大學校 사회과학 및 행정학 전공의 학술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하였다(1995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한국행정연구원 등 국책연구소 및 국립순천대학교를 거쳐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 한성대학교 특임교수, 제21대 이재명 대통령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하였다. 주요경력으로 대통령 산하 자치분권위원회 전문위원회 위원장 및 감사원의 지방자치에 관한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한 바 있고 행정안전부, 통일부 등 정부의 각종 부처의 자체평가위원 및 기획재정부 및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위원 등 정부위원과 입법고시(2010년, 2018년, 2020년, 2021년) 및 7․9급 공무원시험 출제위원으로 참여하였으며, 시민단체 활동으로서는 경실련의 지방자치위원장(전), 중앙상임집행위원회 위원(전)직을 맡은 바 있다. 학회 활동으로는 한국지방자치학회 학회장(2017년), 한국거버넌스학회 부회장, 한국정책과학학회 회장(2011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2007년도에는 일본 코베학원대학교 객원교수, 2010년도에는 영국 Birmingham대학교 방문교수, 2015년도에는 중국의 흑룡강 대학의 방문교수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수상경력으로는 대통령 표창(2010년 4월), 대통령 표창(2011년), 근정포장(2013년 4월), 대통령 표창(2021년) 등이 있다. 주요 학문적 관심분야는 박사학위 논문과 관련된 지역사회와 행정 간의 파트너십, 지방자치, 정부와 NGO, 일본지역연구 등 지방자치와 지방정책과 관련된 분야이다. 공동 저서는 한국행정사를 비롯하여 다수가 있으며 단독 저서로서는 지방자치론 이외에 정부와 NGO(5판, 대영문화사, 2024년), 질서의 지배자들(2판, 법문사, 2024년) 등이 대표저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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