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서문
제도와 제도주의 이론에 대한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매우 기쁘고 영광으로 생각한다. 나는 지난 수년간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고 한국인 동료들과 함께 연구하는 즐거움을 가졌다. 부디 이 번역본이 한국의 활기 넘치고 사려깊은 학문 공동체에 유익하기를 소망한다.
제도에 대한 책을 지금 시점에 출간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과 한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에서 통치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들이 도전에 직면해 있고, 이것들의 회복 탄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는 용납할 수 없는 개인의 일탈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는 강한 제도와 (그러한 제도가 제공하는) “가드레일”에 의존해야만 한다. 이러한 제도는 법치주의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이다. 제도가 공격받는 시기에는 통치에서 제도의 핵심적인 역할과 사람만이 아닌 법치 정부의 미덕을 다시금 강조할 필요가 있다.
내 책은 정부의 제도를 단순히 기술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도의 포괄적인 기능을 이해하는 것은 정치 체계 내에서 제도의 영향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공무원 제도가 통치를 위한 중요한 제도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지만, 그 제도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기능하며 다른 정부 제도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 사회 구성원들은 청렴성이나 책임성과 같은 가치에 따라서 행동하는가, 혹은 자기 또는 조직의 이익만을 추구하는가? 제도에 대한 다양한 접근은 그들의 행동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그들이 더 나은 성과를 달성하게 할 것이다.
이 책은 제도적 행태에 대해 단일한 관점을 취하기보다는, 여러 다양한 렌즈를 통해 제도를 바라본다. 각각의 관점은 제도와 그 구성원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통찰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한계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의 암묵적, 때로는 명시적인 주장은, 제도의 구조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 방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제도적 설명이 대부분 구조적 설명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은 사회과학, 특히 정치학에서 개인 행태를 지나치게 강조했던 것에 대한 균형추 역할을 한다. James March와 Johan Olsen이 수십년 전 “신제도주의(New Institutionalism)”를 주창했을 당시에도 이 같은 불균형은 존재했었고, 현재에도 여전히 그러하다. 제도주의 학자들은 구조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많은 정치학 연구의 대상인 “원자화된 개인”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데 부분적으로만 성공했다. 이 책이 제도와 그 영향에 대한 이해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이러한 제도주의적 접근이 인간 가치에 대한 관심을 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규범적, 사회학적 제도 이론은 구성원의 행동을 형성하는 제도 내의 가치에 큰 기반을 두고 있다. 제도는 문화적 가치를 반영하고 또한 고유한 가치도 가지고 있다. 문화에 대한 관심은 내가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 책에 포함된 학술적 접근 방식은 주로 서구 학계의 연구에 기반하고 있지만, 그것이 다른 정치적, 문화적 환경에서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다른 문화적 관점에서 기존 제도 이론을 통해 귀중한 통찰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는 번역본 출간을 가능하게 해준 한국의 친구이자 동료 학자들에게 깊은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김민한 교수, 김경동 교수, 그리고 남궁 근 교수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였고, 그 결과 원문의 의미를 충실히 살리면서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번역해 주었다. 또한, 이 작업이 가능하도록 도와준 Edward Elgar 출판사의 Alex Petiffer에게도 감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의 노고를 의미 있게 만들어 준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감수의 글
B. Guy Peters 교수님은 1980년대 후반, 나의 피츠버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심사위원으로서 따뜻한 조언과 격려를 해 주셨다. 그 인연은 이후 40년에 가까운 학문적 교류로 이어졌고, 교수님의 제도이론, 공공정책, 거버넌스, 정책조정에 관한 일련의 저작들은 나의 연구와 학술 활동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Institutional Theory in Political Science: The New Institutionalism은 정치학의 신제도주의 이론의 계보와 쟁점을 명쾌하게 정리한 저서이다. 나는 1999년 초판 출간 이후 이 책을 읽고 가르쳐 왔으며,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교수님의 넓고 깊은 통찰에 감탄하곤 하였다. 이 책은 내가 신제도주의 이론의 흐름과 진화, 그리고 정치제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지침이 되었다.
이 책을 번역한 김민한 교수와 김경동 교수는 2020년을 전후하여 Peters 교수님의 직접 지도를 받은 촉망받는 젊은 학자들이다. 이들은 최근에 교수님의 이론과 문제의식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접한 애제자들로서, 원문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깊이 있는 고민과 노력을 기울였다. 감수자로서 나는 번역자들과의 논의 속에서 많은 것을 다시 배우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이 번역서가 한국의 행정학계와 사회과학 분야에 신제도주의 이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 책을 통해 Peters 교수님의 이론적 통찰과 학문적 열정이 한국의 연구자들과 학생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 소중한 번역 작업에 정성을 다한 김민한 교수와 김경동 교수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 구제도주의와 신제도주의
1.1 구제도주의
1.2 구제도주의 이론의 원형
1.3 행태주의와 합리적 선택 이론의 혁명
1.4 신제도주의의 배경으로서의 행태주의와 합리주의
1.5 제도 이론의 다양한 유형
1.6 책의 구성
SECTION 1 다양한 유형의 제도주의
2. 신제도주의의 뿌리: “규범적 제도주의”
2.1 제도란 무엇인가?
2.2 제도의 형성
2.3 제도의 변화
2.4 개인과 제도
2.5 제도 설계
2.6 이론의 한계
2.7 좋은 제도
3. 합리적 선택 이론과 제도 이론
3.1 제도의 합리성
3.2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의 다양한 유형
3.3 제도 이론에 대한 질문들
4. 과거의 유산: 역사적 제도주의
4.1 중심 개념으로서의 경로의존성
4.2 제도에 대한 질문들
5. 경험적 제도주의
5.1 제도의 경험적 이론 구축
5.2 다양한 유형의 경험적 질문들
5.3 제도 이론의 질문들
6. 제도의 기초로서의 아이디어: 담론적 및 구성주의적 제도주의
6.1 제도에 대한 질문들
6.2 담론적 제도주의의 문제들
7. 사회학적 제도주의
7.1 사회학에서 제도주의의 뿌리
7.2 현대의 사회학적 제도주의
7.3 제도에 대한 질문들
SECTION 2 제도 이론의 적용
8. 이익 대표 제도
8.1 정당과 정당 체계
8.2 이익 중재
8.3 제도에 대한 질문들
9. 국제 제도주의
9.1 제도로서의 국제 체제
9.2 제도 이론으로서의 레짐 이론
9.3 제도에 대한 질문들
SECTION 3 제도주의의 쟁점들
10. 비공식 제도와 통치
10.1 (비공식) 제도란 무엇인가?
10.2 비공식 제도와 제도 이론
10.3 제도에 대한 추가적인 질문들
11. 제도화와 탈제도화: 제도 이론에서의 역할
11.1 제도화의 다양한 유형들
11.2 제도화의 쟁점들
SECTION 4 마 무 리
12. 결론: 하나 혹은 복수의 제도주의?
12.1 제도 분석의 유사점들
12.2 제도 이론들 간의 차이점: 모든 이론이 동일하지 않다
■ 저 자
B. Guy Peters
Michigan State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mory University 조교수(1969~1974), University of Delaware 부교수(1974~1978), Tulane University 교수(1978~1983)를 거쳐, 1984년부터 University of Pittsburgh 정치학과 Maurice Falk 석좌교수(American Government)로 재직하였으며, 2025년 정년퇴직 이후 현재 명예석좌교수이다. 국제학술지 Governance: An International Journal of Policy and Administration과 European Political Science Review의 Founding Co-Editor, International Review of Public Policy의 Founding Editor, Journal of Comparative Policy Analysis의 Honorary Editor로 봉사하였다. Policy Studies Association의 President(1985~1986), International Public Policy Association의 Founding President(2014~2019)를 역임하였다. The Politics of Bureaucracy, The Future of Governing: Four Emerging Models, Institutional Theory in Political Science: The New Institutionalism 등을 포함하여 70여 권의 저서를 출간하였다.
■ 감수자
남궁 근
서울대학교에서 정치학사, 행정학석사, 미국 University of Pittsburgh에서 행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19회 행정고시 합격 이후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근무하였다. 경상대학교 교수(1982~2001)를 거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행정학과 및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제10대 총장(2011~2015)으로 재직하였고, 2019년 정년 퇴직 후 현재 명예교수이다. 한국행정학회 제43대 회장(2008)과 연구위원장(2002), 「한국행정학보」편집위원장(2000), 「한국행정연구」편집위원장(2016~2019), 「정책분석평가학회보」편집위원장(1999)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 로는 ????민주화 이후 국정운영????(2023), ????정책학????(2021), ????행정조사방법론????(2021), ????Public Administration and Policy in Korea(co–ed, 2018), Korean Public Administration and KAPA(ed, 2009), ????정책분석론????(공역, 2018), ????비교정책연구????(1999),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거버넌스와 개혁????(공저, 2006), ????전자정부를 통한 부패통제: 이론과 사례????(공저, 2003), ????시민과 정부개혁????(공편, 2002), ????고위공무원 개방형 임용제도????(공저, 2000) 등이 있다.
■ 역 자
김경동
서울대학교에서 법학사, 정책학석사, 정책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University of Pittsburgh에서 방문학자를, 한국행정연구원 국정데이터조사센터에서 부연구위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광운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이다.
김민한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사, 서울대학교에서 행정학석사, 미국 University of Pittsburgh에서 행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상명대학교 행정학부 조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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