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민주주의 및 경제발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민주주의가 진행될수록 국민들의 복지욕구와 선거의 경쟁성이 증대하며, 이에 따라 득표수단으로서의 복지의 중요성이 커진다. 민주주의의 발달로 인한 지방자치의 확대와 시민사회의 영향력 증대도 복지의 발달을 촉진한다. 경제발전은 국가의 재정능력을 향상시켜 복지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정치민주화, 시민사회 활성화, 경제능력 증대와 더불어 복지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복지는 본질적으로 선한 동기에서 출발하는 좋은 것이다. 사회통합을 유지하는 데 기초가 된다. 구성원들 간에 유대감이 없는 사회는 발전은 고사하고 존속 자체도 위태롭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복지는 양날의 칼과 같은 것이다. 사회연대성과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좋은 기능을 수행하지만, 잘못되면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국가경제를 파탄 낼 수도 있다. 정치인과 관료들이 모두 선공후사(先公後私)를 말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이들이 사익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한 의도에서 출발하는 복지도 나쁜 형태가 될 수 있다. 특히, 인기영합주의와 결합하는 복지는 최악의 불량한 조합이다. 남미와 남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이로 인해 국가경제의 파탄을 경험하였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 이러한 불량한 조합이 부지불식간에 행해지고 있지만, 깨닫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견제와 비판이 필요하다.
저자는 오랫동안 복지행정과 복지정책의 문제에 대해서 연구해 왔다. 비판적 관점에서 많은 학술논문과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연구를 통해서 정치와 행정은 공익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지만, 이를 실행하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음을 확인하였다. 국민들 역시 사익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하다. 주인과 대리인 모두가 공익을 앞세우지만, 실제는 사익을 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는 인간본성에 관한 문제이기에 비난만 하기는 어렵지만, 이로 인해 복지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복지정책의 결정 측면에서는 선심성 복지공약의 남발, 입법과정의 비합리성, 쇼맨십과 이벤트성 복지, 불요불급한 복지시설 남설, 단기적 시야로 인한 예산낭비 등 많은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집행 측면에서는 유사·중복으로 인한 행정낭비, 할거주의와 파편화, 재량권 오남용, 탁상행정, 번문욕례(red tape) 등 많은 문제들이 있다. 국민들로도 낭비, 부정행위, 오남용, 심지어는 복지사기(welfare fraud)에 이르기까지 복지를 둘러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따라서 복지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현재 복지지출이 국가재정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복지행정은 일선행정의 중심이 되어 있지만, 과연 우리가 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멸사봉공(滅私奉公)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공공가치(public values)를 추구하는지도 의문스럽다. 다산이 목민심서 자서(自序)에서 질타한 참담한 공인의 모습이 과연 오늘날과는 무관한 것인지 되새겨 볼 일이다. “성인의 시대는 너무 멀어서 그 말씀이 희미해져서 그 도(道) 또한 점점 어두워 졌으니, 오늘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기를 줄을 모른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여위고 시달리고, 시들고 병들어 쓰러져 진구렁을 메우는데, 그들을 기른다는 자들은 화려한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만을 살찌우고 있다.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다산연구회 역) 저자는 오랜 기간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견지에서 우리나라 복지행정의 형식주의, 허례허식, 중복과 낭비, 할거주의, 탁상행정, 하드웨어에 대한 집착, 이벤트 행정, 선심행정, 인기영합주의를 비판해 왔다. 정치인과 자치단체장의 짧은 시야가 복지를 피폐하게 함도 지적해 왔다.
이제 복지행정은 후진적인 양태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국민을 섬기고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지속가능한 것이 되어야 한다. 우리끼리 나누어먹고 끝낼 것이 아니라, 후손들이 더불어 누릴 수 있는 복지 백년대계를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복지행정은 내실과 실질, 선택과 집중, 통합과 연계, 찾아가는 현장행정, 공적 사명감을 실천해야 한다. 화려한 외양보다는 내실과 소프트웨어를 중시하는 실사구시의 복지행정이 되어야 한다. 요란스럽게 나서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민을 섬기며, 문제해결능력이 있는 스마트한 복지행정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저자는 좋은 복지행정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연구에 임해 왔다. 이 책은 그 동안 저자가 연구한 것들 중에서 오늘날의 복지행정의 문제를 푸는데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중심으로 선별한 것이다. 이 책을 쓰는데 활용한 저자의 연구들은 참고문헌에 모두 열거되어 있다.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문장을 쉽게 가다듬고 관련 자료와 참고서적을 보충하였다. 따라서 복지행정 전공자들은 물론, 복지행정의 실무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도 유용함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오랜 기간 <사회복지행정론> 교과목을 가르쳤으며, 복지행정을 전공한 박사들도 여럿 배출하였다. 예의를 알고 눈망울이 맑은 제자들을 가르치는 즐거움을 누렸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인생은 일촌광음(一寸光陰)이라고 하였기에 아껴 쓰지 못한 시간들을 후회하지만, 그렇다고 뒤만 돌아볼 수는 없는 것이다. 다시 출발지점에 서야겠다. 이 책의 집필을 계기로 보다 큰 사랑과 열정으로 교육에 임하고, 학문후속세대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연구에 임하고자 한다.
책을 집필하는 데 있어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이 책을 사회과학서적의 정통 명가인 법문사(法文社)에서 출간하게 되어 자랑스럽다. 출간을 허락해준 경영진과 좋은 책으로 꾸며준 편집부에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그동안 가르치고 지도한 제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노심초사하는 제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항시 도전하는 자세를 가지기를 희구한다. 이들에게 약간의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이는 교육자로서 큰 보람일 것이다.
제 1 편 사회복지행정 시스템 개혁과제
제 1 장 복지서비스 공급에서의 로컬거버넌스체계 구축방안
제 2 장 복지서비스 민간위탁의 개선과제
제 3 장 일선복지공무원의 재량행위 오․ 남용 억제방안·
제 4 장 품격 있는 복지공동체 구축방안·
제 5 장 고도경제성장기의 발전국가와 사회복지: 체제적 관점에서의 재해석
제 2 편 사회복지행정 영역별 개혁과제
제 6 장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지원 실태와 개선방안
제 7 장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정책의 개선과제
제 8 장 반(反)사회적 행동에 대한 정책적 대응
제 9 장 건강불평등에 대한 정책적 대응
제 10 장 지역사회 건강증진사업의 개선과제: 건강도시사업
제 11 장 동물복지 정책관리체계의 구축방안: 농장동물복지의 경우
현재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행정대학원장, 사회과학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행정학석사와 행정학박사 학위를, 런던정경대(LSE)에서 Ph.D(사회정책학박사)를 취득하였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콜로라도대, 영국 사우샘프턴대, LSE 보건사회연구소 등에서 교환교수, 객원연구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복지행정, 사회정책, 정책이론, 정부관료제 등의 분야에서, <한국 보건의료개혁의 정치(대한민국학술원 2018년도 우수학술도서)>, <한국 다문화사회의 이방인>, <복지서비스의 민간위탁시스템 분석(대한민국학술원 2008년도 우수학술도서)>, <발전국가(공저)>, <사회복지정책론(3인 공저)> 등의 저서와 국내외의 주요 학술지에 150여 편의 학술논문을 게재하였다. 영국, 미국, 노르웨이 등지의 주요 국제학술세미나에서 많은 학술논문을 발표하였다.세계 3대 인명사전인 미국 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영국 국제인명센터(IBC)에 우수연구자로 등재되었으며, 동아일보 및 중앙일보 평가에서 우수연구자로 선정되었다. 학계 최고권위지인 <한국행정학보> 편집위원장을 2년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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