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을 학문으로 연구해온 학자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실무를 해온 변호사나 검사 그리고 판사들도 사건을 처리하면서 종종 “도대체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다시 하게 된다. 이 물음은 과거에는 법철학적 지평에 머물렀다. 그러나 복잡성, 다원성, 고유성, 전문성, 초국가성이 증가한 현대사회에서는 법철학적 논의만으로 이 물음에 현명한 답을 찾아갈 수가 없다. 철학이 그러했던 것처럼 오늘날 법철학은 다양한 기초법학들, 예를 들면 법이론, 법사회학, 법역사학, 법경제학, 법심리학, 법여성학, 법미학, 법문학, 법예술학, 법인류학 등을 분가시켰다.
이 분과들은 각기 고유한 중점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법철학은 정의에, 법사회학은 법의 합리성에, 법역사학은 법의 거시사적 지층과 미시사적 심층에, 법경제학은 법의 효율성(후생)에, 법심리학은 인간정신의 무의식에, 법여성학은 법의 성차性差와 성담론에, 법미학은 미학적 정의에, 법문학과 법예술학은 비평과 수사 그리고 예술성으로서 법에, 그리고 법인류학은 다양한 인간상과 다원주의에 각각 중점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법률가가 어려운 사건에 직면할 때면 갖게 되는 ‘도대체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궁극적인 물음은 이렇게 다양한 기초법학 분과들이 제기하는 문제들과 거기서 개발한 (전문)지식들을 다루면서 대답되어야 한다. 기초법학 분과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의 수위와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과 접근방법 그리고 해결방안들은 상당한 ‘깊이’(depth)를 갖고 있다. 의식의 꼭대기인 (관념) 철학적 차원에서부터 시작하여 (사회) 과학적 차원과 인문학적 차원을 지나서 가장 깊게는 인간의 무의식이라는 깊은 바다에까지 내려가 보아야 한다. 이 책의 이름을 「법의 깊이」 (The Depth of Law)라고 지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실무에서 법문제를 해결할 때 들어가 보아야 하는 법의 깊이는 사안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법문제가 이 책에서 다루는 법의 깊이를 잠재적으로 갖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법의 깊이를 구성하는 요소로 ① 정의, ② 방법, ③ 인권, ④ 시민불복종, ⑤ 도덕, ⑥ 경제, ⑦ 정치, ⑧ 언어, ⑨ 역사, ⑩ 아름다움, ⑪ 문학(비평), ⑫ 예술(비평), ⑬ 춤, ⑭ 성차, ⑮ 무의식을 다룬다.
이미 지금도 그러하지만 인공지능(AI) 법로봇이 일하는 미래사회에서 법지식의 양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법률가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법의 깊이에서 작동하는 다양한 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학제적) 법지식을 만들어 내거나 기존의 법지식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융합하는 창조적 사고이다. 그런 창조적 사고는 실정법(법률해석학과 판례)의 공부에 눈물겹도록 헌신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바람직한 수준에까지 성장할 수 없다. 모든 법률가들, 특히 법률가가 되려는 학생들이 기초법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이 책, 「법의 깊이」 가 그런 관심과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01 법과 정의
02 법과 방법
03 법과 인권
04 법과 시민불복종
05 법과 도덕
06 법과 경제
07 법과 정치
08 법과 언어
09 법과 역사
10 법과 아름다움
11 법과 춤
12 법과 문학
13 법과 예술
14 법과 성차이
15 법과 무의식
이상돈
서울 출생
중앙중학교 졸업
서울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총장상 수상)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졸업(법학석사)
독일 프랑크푸르트(Johann Wolfgang Goethe) 대학교 대학원 졸업(Dr. jur.)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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