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경제법판례연구회가 발족한지도 어언 15년이 흘렀고, 거의 매년 그 성과물을 모아 발간해오던 「경제법판례연구」도 제10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16년 가을 이후 국정농단사태를 겪고, 촛불민심의 도도한 흐름과 헌법재판소 초유의 대통령 탄핵결정, 뒤이은 조기 대선과 그에 따른 정권교체 등을 목격하면서 우리 모두 숨차게 달려온 1년이었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공정거래 관련 공약이 쏟아져 나왔고, 특히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재벌개혁을 위한 여러 방안도 제시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난 2년간 한국경쟁법학회의 회장이기에 앞서 평범한 경제법 연구자의 한사람으로서 의미 있는 변화를 한 가지만 꼽으라면 우리나라 시장경제의 패러다임이 과거 효율성 일변도에서 ‘공정’과 ‘정의’와의 균형 내지 조화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1997년말 시작된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지난 20여년간 국내 경쟁법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신자유주의의 물결과 그에 따른 양극화, 부의 세습과 사실상 신분제의 부활을 상징하는 금수저․흙수저 논쟁 등이 우리 사회 전반에 공정과 정의에 대한 관심과 요구를 폭발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길게 보면 시장경제란 효율성과 공정, 다시 말하자면 자유경쟁과 공정경쟁의 양대 축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그 당시의 관점에서는 언제나 어느 한쪽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향후 공정거래분야에서 그간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불공정 이슈에 대해서 더 많은 연구와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다른 한편으로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보다 정확하게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그간 공정거래위원회의 신뢰를 저해했던 것으로 지목되던 조직․절차상 여러 문제들이 공론화되고, 나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전속고발권 폐지나 금지청구의 도입, 3심제로의 변경 등 어쩌면 해묵어 보이는 과제들은 단순히 집행독점을 해소하는 취지를 넘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신뢰도와 직접 연관되어 있어 보입니다.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체 혁신과 역량강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청와대나 국회, 시민단체나 재벌 등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이처럼 연구자로서 한 가지에 몰두하기 어려울 만큼 여러 대대외적 급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경제법판례연구회는 간사를 맡고 있는 이호영 교수의 관심과 열정으로 묵묵히 한번도 거르지 않고 세미나를 계속해 왔습니다. 그 결과물로 이번 경제법판례연구 제10권에는 모두 11편의 논문과 평석이 수록되었고, 학회장으로서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제법판례연구 제10권에서는 먼저, 최승재 교수가 “2015년도 경제법 주요 판례”에서 거래상 지위남용을 비롯한 주요 대법원 판결을 소개․평석해주었고, 이봉의 교수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사업활동방해의 경쟁제한성 판단 - 현대․기아차 판결을 중심으로 -”이라는 평석이자 논문을 통해 방해남용의 위법성 판단기준으로서 포스코 판결이 제시한 경쟁제한효과를 지나치게 도그마로 해석할 필요가 없음을 지적하였습니다. 이와 매우 유사한 주제로 박신애 변호사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중 사업활동 방해행위의 부당성”이라는 논문에서 방해행위의 유형별로 입법취지 등을 감안한 조화로운 해석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홍명수 교수는 “EU 경쟁법상 약탈적 가격 규제 법리의 검토와 시사점 - France Telecom 판결을 중심으로 -”에서 약탈가격 관련 유럽법원의 판결을 세밀히 분석하였고, 손영화 교수는 “방송통신시장에서의 기업결합 연구 - SKT-CJ헬로비전 사건 -”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금지처분으로 마무리된 동 합병 사건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정리하였습니다. 또한 이호영 교수는 “공정거래법상 소위 ‘포괄적 단일 공동행위’ 법리에 관한 연구 - EU 경쟁법상 ‘계속적 단일 위반행위’ 법리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에서 공동행위의 시기와 종기 및 이를 기초로 한 공동행위의 수(數)와 관련하여 세련된 법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유럽의 사례를 비교분석해주었습니다. 조성국 교수는 “「4개 라면 제조․판매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 판례 평석 - 대법원 2015. 12. 24. 선고 2013두25924 판결을 중심으로 -”에서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의 합의와 정보교환의 관계에 관한 동 판결의 엄격한 태도를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민호 변호사는 “거래상 지위의 남용행위와 거래질서”라는 논문에서 가급적 경쟁질서와의 관련성을 요구하려는 판례의 흐름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영수 교수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시정조치의 허용범위 -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두11113 판결을 중심으로 -”에서 그간 과징금에 가려져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던 시정조치의 범위와 부과원칙을 재정립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최지현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역외적용의 기준과 범위 - 항공화물운임 담합 판결을 중심으로 -”에서 “직접적이고 상당하며 합리적으로 예측가능한 영향”이라는 기준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나름 제시하였고, 끝으로 윤용희․정준우 변호사는 “대규모유통업법상 판매촉진비용 약정과 파견종업원 약정의 관계 -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두51481 판결을 중심으로 -”에서 최근의 대법원 판결에 나타난 법리를 충실히 다루고 있습니다.
1. 2015년도 경제법 주요판례 최승재
2.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사업활동방해의 경쟁제한성 판단 이봉의
3.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중 사업활동 방해행위의 부당성 박신애
4. EU 경쟁법상 약탈적 가격 규제 법리의 검토와 시사점 홍명수
5. 방송통신시장에서의 기업결합 연구 손영화
6. 공정거래법상 소위 ‘포괄적 단일 공동행위’ 법리에 관한 연구 이호영
7. 「4개 라면 제조․판매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 판례 평석 조성국
8. 거래상 지위의 남용행위와 거래질서 이민호
9. 공정거래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시정조치의 허용범위 신영수
10. 공정거래법 역외적용의 기준과 범위 최지현
11. 대규모유통업법상 판매촉진비용 약정과 파견종업원 약정의 관계 윤용희·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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