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경쟁법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경쟁법은 이미 시장경제가 정착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법 중 하나가 된 지 오래이고, 이념, 독재, 개발 등 다양한 이유로 한 때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를 운영하였지만 이제 시장경제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도 속속 경쟁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지난 1980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제정함으로써 경쟁법을 도입한 우리나라도, 특히 2000년대 이후 그 집행이 크게 강화된 이래 다양한 실무례와 판례를 통해 법리가 정립되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1890년 제정된 셔먼법을 기초로 한 미국의 반독점법은 이러한 세계 경쟁법의 뿌리와 같습니다. 유럽 경쟁법과 함께 세계 경쟁법의 양대 줄기를 이루면서 전 세계로 계수되고 있는 큰 법원(法源)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미국 반독점법은 미국식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법입니다. 그 안에서 지난 120여 년 동안 미국 경제가 겪었던 문제를 볼 수 있고, 미국 연방 행정부, 의회, 그리고 법원이 치열한 논쟁과 상호 견제를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 온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변호사로서 여러 해 동안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 실무를 경험한 후 미국 뉴욕대학교(NYU) 법과대학원에서 1년 동안 미국 반독점법을 공부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LL.M. in Competition, Innovation and Information Law). 방대한 미국 반독점법의 판례와 법리를 공부하면서, 미국의 교과서와 논문은 물론 이미 우리말로 정리되어 있는 여러 연구결과들로부터 솔직히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많은 선배 법률가들께서 우리 공정거래법의 법리를 이해하고 보다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미국 반독점법의 중요한 쟁점마다 훌륭한 연구를 수행하여 오셨고, 이러한 자산은 학생으로서 제가 짧은 기간 동안 미국 반독점법을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어려운 쟁점의 해결을 위한 높은 수준의 연구는 많았지만, 미국 반독점법 전체에 대하여 쉽게 설명한, 우리말로 된 개론서나 입문서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한 해를 공부하고 비로소 미국 반독점법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을 때, ‘처음부터 숲의 모양을 알고 나무를 보았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미국 반독점법에 대해 쉽게 쓰인 우리말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책 읽듯 하룻밤만에 읽고 나서 판례 하나하나를 읽기 시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이런 생각에서 쓰기 시작한 입문서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나라나 미국의 반독점법 소송 실무에서 문제되는 구체적인 쟁점까지는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실무에서 아주 많이 다루는 자진신고(leniency)나 최근 다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미국 반독점법의 역외적용(extraterritoriality)과 같은 주제는 이 책에 없습니다. 이 책은, 법과 경제에 관심 있는 법학전문대학원생 기타 독자 여러분들이 쉽게 읽고, 미국 반독점법의 큰 흐름과 고민을 이해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쓴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 기술적이고 어려운 법리에 대해 길게 설명하기 보다 미국 반독점법의 디딤돌이 된 중요 판결들에 녹아 있는 근본적인 고민을 함께 생각해 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판례 그 자체의 논리와 결론을 정확하게 해설하는 것을 넘어, 이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와 주장, 그리고 논쟁이 해결되었던 과정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미국 반독점법의 역사에 녹아 있는 이런 여러 고민과 주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도 훌륭한 교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경력이 짧고 더 많이 배워야 하는 젊은 법률가입니다. 솔직히 이 책을 쓰면서 많이 배우고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대가일 수록 어려운 법리를 쉽게 설명하는 법이므로, 이 책은 대단히 많이 부족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이 책을 끝까지 쓸 수 있었던 이유는, NYU에서 Eleanor M. Fox 지도 교수님을 비롯한 너무나 훌륭한 교수님들에게 들었던 여러 강의노트에 의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먼저 시작해야 나중에 더 좋은 책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리고 저 스스로도 이 책을 개정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제1장 미국 반독점법의 태동
제1절 경쟁이란?
제2절 셔먼법의 제정
제3절 반독점법 법리의 기초를 세우다 - Standard Oil 판결
제2장 담합, 그리고 경쟁하지 않으려는 시도에 대한 제동
제1절 도입
제2절 가격 담합과 항변에 관한 법리의 축적
제3절 가격 담합이 아닌 다른 형태의 합의, 그리고 협조
제4절 정보 교환 - 경쟁하려는 것인가, 하지 않으려는 것인가?
제5절 수직적 제한 -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그리고 Leejin 판결
제3장 독점기업을 둘러싼 공방 - 정당한 영업인가, 지배력 남용인가?
제1절 도입
제2절 독점화란 도대체 무엇?
제3절 시장 획정과 독점력 판단
제4절 독점화 행위의 종류 -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되나?
제4장 기업결합과 반독점법 - M&A 성사를 위한 최대 걸림돌
제1절 도입
제2절 고민의 시작
제3절 기업결합에 대한 현대의 규제
천준범
[학력]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경제학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석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미국 New York University School of Law (LL.M. in Competition, Innovation and Information Law)
[경력]
사법연수원 제35기
육군 법무관
이탈리아 Chiomenti Studio Legale 근무
現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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