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백제(百濟)는 주변국인 일본에 문화와 기술을 전수할 정도로 찬란한 발전을 이룩했으며,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중국에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정부경쟁력이 높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마도 당시 백제는 그 시대에 요구되었던 정부경쟁력 요소들을 갖추고 있지 않았을까?
전쟁의 폐허 속에서 정부의 주도하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의 과거를 보면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독립한 수많은 신생국들 중에 지금 우리나라의 위치까지 발전한 국가는 찾아볼 수 없다. 출발지점은 서로 비슷했지만 우리는 한참을 앞서 달려 나가며 이제는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위치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대체 우리나라 정부의 경쟁력은 어디까지 와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 ‘정부경쟁력’ 연구는 그동안 약 3년여의 시간 동안 다양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였다. 그 중에서도 많은 학자들과 실무진, 학생들의 관심을 끈 것이 바로 실제 우리 정부의 위치를 보여주는 ‘정부경쟁력 지수’였다.
이러한 관심은 기존에 국내외 기관들이 발표하는 일명 ‘국가경쟁력’이 실제 정부의 경쟁력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국가경쟁력 순위를 우리 정부의 성적표인 것처럼 생각하던 것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또한 행정학에서조차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던 ‘국가경쟁력’이라는 개념에 대한 반성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이번에 발표하는 「정부경쟁력 2014」는 2014년 3월에 처음 발표한 「정부경쟁력 2013」의 연장선에 해당한다. 「정부경쟁력 2014」는 「정부경쟁력 2013」에서 발표한 지표들을 보완하였으며, 보다 정교한 지표체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정부경쟁력 연구센터에서는 더 유용한 2차년도 보고서를 발간하기 위해 다음 두 가지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
첫째, 처음 발표한 「정부경쟁력 2013」에서는 자료의 제약 상 OECD 34개국에 한정하였으나, 이번에는 개발도상국 60개국을 추가하였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정부경쟁력 비교는 OECD와 명백하게 다른 국가군의 특성을 반영하여 완전히 다른 지표체계를 사용하였다. 애초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척도로 평가함에 따라 나타나게 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이다. 이로써 그동안 선진국의 관점에서 평가기준이 강요되던 기존 국가별 비교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둘째, OECD 국가 간 비교에서는 재난관리 분야를 추가하였다.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재난 및 안전에 관한 정부의 역할을 되짚어 보기 위함이다. 역사적으로 정부 고유의 기능이라 할 수 있는 국민 안전과 생명 보호에 관한 부분을 대략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에 발표하는 「정부경쟁력 2014」는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제1장에서는 정부경쟁력의 개념과 본 연구에 대해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을 쉽게 읽어 내려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제2장에서는 지난 조사와 동일한 연구대상인 OECD 국가별 정부경쟁력 순위를 매기고, 각 정책분야별로 특징적인 부분을 개략적으로 서술하였다. 또한 선진국의 문턱에 서 있는 우리나라의 정부경쟁력을 정책분야 별로 상세하게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제3장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정부경쟁력을 살펴보았다. 연구대상인 개발도상국 60개국에 우리나라도 포함하여 개발도상국에게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우리나라의 위치도 함께 가늠해보고자 하였다. 이 부분은 본인이 지도한 한병훈의 석사논문 “정부역량의 측정지표 구성과 국제비교: 정부경쟁력의 관점에서”를 발전시켰다.
마지막으로 제4장에서는 한 나라를 조금 더 심층 분석한 컨트리리포트(country report)로 구성했다. 올해에는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국을 택하였다. 중국 정부의 경쟁력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분석을 통해 향후 중국과 중국정부를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였다. 이 부분에서는 정확하고 적실성 있는 연구를 위해 중국인 유학생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들은 중국의 정부경쟁력 연구를 맡아 진행하였으며, 학위논문으로 발전시키는 등 양질의 연구 성과를 만들어냈다. 제4장은 주로 김춘영의 석사논문 “중국 31개 성(省)급 지역 공공서비스 제공 효율성에 대한 DEA분석: 지방정부경쟁력의 관점”에서와 수페이의 석사논문 “정부규모가 부패에 미치는 영향”을 발전시켜 구성한 것이다.
아무쪼록 「정부경쟁력 2014」가 정부 내 실무자, 관련 분야의 학자 및 학생들을 비롯하여 정부의 활동과 경쟁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시사점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단순히 현재 측정된 순위 자체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더 경쟁력 있는 정부가 되기 위한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제1장 왜 정부경쟁력인가?
Ⅰ.국가경쟁력? 정부경쟁력!
Ⅱ.성과와 한계, 그리고 정부경쟁력 2014
제2장 OECD의 정부경쟁력
Ⅰ.2014년도 정부경쟁력지수의 주요 특징
Ⅱ.분석결과 및 해석
제3장 개발도상국의 정부경쟁력
Ⅰ.벤치마킹 수요의 증가
Ⅱ.비교대상 개발국가
Ⅲ.지표체계의 구성
Ⅳ.정부경쟁력지수 및 순위
Ⅴ.주요 국가의 정부경쟁력지수
제4장 집중분석: 중국의 정부경쟁력
Ⅰ.가깝고도 두려운 나라, 중국
Ⅱ.중국 성(省)급 지방정부의 경쟁력
Ⅲ.정부규모가 부패에 미치는 영향
제5장 맺 는 말
대표 집필자 : 임도빈(tobin@snu.ac.kr)
프랑스의 파리정치대학(I.E.P. de Paris)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논문제목 L’Administration de l’Etat face a Decentralisation)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국행정학회장이며,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외국의 행정개혁을 직수입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며, 한국행정의 특수성과 가치를 살리는 방법으로 정부경쟁력을 높일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주된 관심분야는 조직론이다.
“시간관리측면에서 본 행정조직관리: 미국과 한국의 비교”, “시간길이와 부처조직 운영에 관한 연구: 정통부와 농림부의 비교”, “한국중앙부처조직의 개편에 관한 연구: 역사적 시각에서” 등의 논문을 발표하였고, Public Administration Review, Journal of Public Administration and Theory, International Public Management Journal, American Review of Public Administration 등 SSCI 저널에 많은 논문을 발표하여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한국지방 조직론」(박영사, 2004), 「비교행정강의」(박영사, 2011), 「한국행정조직론」(법문사, 2011), 「공직사회의 낭중지추를 찾아서」(법문사, 2013) 등의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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