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泉 권오승 교수가 정년을 맞이했습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만 현실로 닥쳐왔고, 그를 아끼는 제자들이 기념 논문집을 만들어 봉정하는 것을 기리고 또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입니다. 가까이에서 권교수의 일생을 지켜 본 사람으로서 건강한 모습으로 정년을 맞이하는 권오승 교수의 지난날을 돌이켜 보며 경하해 마지않습니다.
첫째로, 권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쟁법의 토대를 마련하고 경제법의 기틀을 잡아 주었습니다. 연보에 나타난 권오승 교수의 저술 목록을 보면 단행본 30여 권, 논문 170여 편, 연구용역 20여 편에 이르고 있습니다. 일단 수량으로만 보더라도 놀라운 연구의욕과 넘치는 집필능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 위에 권교수의 학문 세계를 보면 그는 원래 민법전공으로 출발하였으나 1984년 Humboldt 재단의 지원으로 독일 Freiburg대학에 방문학자로 간 것을 계기로 경쟁법 내지 경제법의 연구에 매진하고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당시 Freiburg대학에 계시던 Fritz Rittner 교수의 영향이 지대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권교수는 법학의 기초법리를 제공하는 민법의 바탕 위에 경쟁법 내지 경제법의 법리를 구축하여 자기만의 학문세계를 고유한 전문분야로 확립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민법 분야에서는 약 50여 편의 연구실적을 남긴 반면, 경제법 분야에서는 그 두 배인 약 100여 편의 연구업적을 남겼습니다.
독점규제법이나 경쟁법 등 경제법은 비교적 새로운 법률분야로서 그 연조가 매우 짧습니다. 더구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민법과 견주면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내재하는 모순으로 말미암아 나타나는 사회적 폐해를 시정하기 위하여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독점금지법인 Sherman법을 제정한 것이 1890년이었으며, 이것이 지구를 돌고 돌아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 1980년의 세칭 ‘공정거래법’이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하면 불과 35년, 전 세계를 아우르더라도 125년의 역사밖에 안 되는 새로운 법역에 권오승 교수가 일찍이 눈을 뜨고 관심을 가지며 필생의 연구업적을 남기게 된 것은 경쟁법의 발전을 위해서나, 40대의 신진학자이었던 권교수의 앞날을 위해서나, 경쟁원리에 따른 시장경제질서가 하루속히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나, 커다란 행운이었다고 봅니다.
1992년 권오승 교수가 10년 이상 정들었던 경희대학교를 떠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부임하였고 여기에서 20년 이상 학문적 열정을 불태우며 national scholar로서의 leadership을 발휘하였습니다. 1998년에는 필생의 역작인 主著 「경제법」(법문사, 1998)을 완성하여 금년 3월까지 12판이 간행되어 우리나라 경제법 교과서의 표준 model을 제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다”는 교육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철저한 교육과 자상한 지도로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하여 경쟁법 분야에서 이른바 권오승 사단을 형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독점규제법 제정 30주년을 기념하여 권오승 교수가 그의 제자를 총동원하여 집필한 「독점규제법 30년」(법문사, 2011)은 권교수가 아니었으면 해낼 수 없는 기념사업이었으며 독점규제법제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초의 독점금지법인 미국 Sherman법제정 백주년 기념사업인 Antitrust Centennial에서 초창기의 자료빈곤이 많이 논란되었다는 것은 이를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둘째로, 권오승 교수는 우리나라 경쟁법을 국제화하고 세계화하는 데에 크게 이바지하였습니다. 지구촌의 국가간 교류가 빈번하고 밀접해짐에 따라 세계화․국제화의 현상이 나타나고 이는 법의 영역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법에 있어서의 세계화․국제화는 대개 Inbound 방향과 Outbound 방향이 있는데 권교수는 양방향에 모두 걸쳐서 혁혁한 기여를 하였습니다. 먼저 Inbound 방향에 있어서 권교수는 독일의 Freiburg대학과 Mainz대학, Marburg대학, 그리고 미국의 Harvard대학과 Washington대학, 나아가 일본의 와세다대학의 방문교수로 장기 해외연구를 통하여 습득한 선진 경쟁질서와 경제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하고 입법에 반영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업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서 권교수는 직접 창설하거나 관여한 학회, 시민단체, 또는 정부기관을 십분 활용하고 또 도움을 받았습니다. 반면 Outbound 방향에 있어서도 권교수는 Inbound에 못지않은 많은 업적을 쌓았습니다. 중국의 화동정법대학과 동북사범대학 그리고 연변대학의 객좌교수로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아시아법연구소와 서울대 아시아태평양법연구소를 통하여 권교수는 우리나라 경제법 특히 독점규제법의 이론과 경험을 아시아 여러 나라에 열심히 전파해 왔습니다. 특히 중국에는 권교수가 온갖 정성을 다하여 우리 경제법의 이론과 경험을 전달하여 주었고 결국 권교수의 「경제법」이 「韓國經濟法」(北京大學出版部, 2009)으로 중국어 번역본까지 출판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하여 중국이 WTO의 요구에 따라 2008년부터 시행한 중국 반독점법의 입법과 집행에 직접․간접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바 있습니다.
셋째로, 권오승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하였습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공정거래위원회는 세칭 공정거래법을 집행하는 주무관서이며, 단순히 행정기능뿐만 아니라 준입법적․준사법적 권한까지 지닌 전형적 독립규제위원회입니다. 그러기에 시장경제의 파수꾼 또는 경제검찰로도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권교수가 제13대 위원장으로 임명되어 2006년 3월 16일부터 2008년 3월 5일까지 재임하였습니다. 거기서 권교수는 역대 공정거래위원장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막강한 경제권력을 자제하고 기독교 신앙에 따라 함양된 “섬기는 leadership”을 발휘하였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 직원이 참여하는 workshop을 분기별로 개최하며, “여러분 사랑합니다”로 인사말을 시작하고, 위원장이 직접 배식봉사하며 모든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는 등 권위주의적 공직사회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섬기는 leadership”을 통하여 취임 6개월도 안되어 공정거래위원회 전 직원을 하나로 묶어 공정거래위원회가 활기차게 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에 공포심과 적대감을 가지고 있던 기업이나 사업자가 스스로 경쟁질서를 준수하도록 하기 위하여 마련된 자율준수프로그램을 확산하고 강화하는 데에도 주력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자진신고자감면제도인 leniency에 따라 혜택을 본 자진신고회사가 업계에서 왕따를 당하자 그 회사의 사장과 임원들을 직접 오찬에 초청하여 격려하고 동기유발을 한 에피소드는 아직도 보험업계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세계 경쟁당국평가의 권위지라 할 수 있는 영국의 GCR(Global Competition Review)은 2007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10위에서 7위로 3단계씩 upgrade시키게 되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장 재임 중 권오승 교수를 가장 괴롭힌 것은 재벌문제,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이었습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란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억제하기 위하여 1986년에 도입된 제도로서 독점규제법의 고유한 목적인 경쟁질서의 확립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서 그 존폐가 무상하게 반복되어 왔습니다. 권교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폐지하는 대신에 악성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2009년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제도는 도입하지 못한 채 출자총액제한제도만 결국 폐지하고 말았습니다. 권오승 교수는 일반 교수로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한 뒤 임기를 1년 이상 남겨 놓은 채 정권교체로 인하여 본직인 서울대학교 교수직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년기념 대담
제1부 시장경제와 경쟁법
독점규제법의 목적에 관한 고찰/김성훈
복수의 법인격 주체에 대한 경제적 단일체 이론의 적용/서정
독점규제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규제의 목적/조혜신
공정거래법상 방해남용의 해석과 경제적 접근방법/이봉의
수직결합의 경쟁제한성 판단기준/이민호
회생절차에서의 M&A와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규제에 있어서 도산기업의 항변/조혜수
기업결합신고에 대한 시정조치 부과대상 및 행위내용의 기준/이선희
사업활동방해 담합/손동환
부당한 공동행위의 법적 효력-독일 경쟁제한방지법 개정 내용을 중심으로- /차성민
부당한 공동행위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황태희
공정거래법상 정당한 행위/윤인성
IP 권리자의 주관적 경쟁제한의도와 정당성 항변/오승한
공정거래법상 공적집행과 사적집행 간의 관계/홍대식
공정거래법 위반 손해배상소송의 쟁점과 현황/윤성운
경쟁법의 형사적 집행에 관한 연구/조성국
통일과 경쟁법의 역할-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의 관점에서-/이호영
제2부 규제산업과 경쟁법
금산분리의 역사성과 현재성/홍명수
두 법정 이야기: 독점력 법정과 경제력 법정의 재조명/이영대
검색중립성의 경쟁법적 쟁점/최승재
철도산업 규제의 법적 쟁점/김윤정
우리나라 건설산업규제 관련법제의 발전사-법개발학의 관점에서-/김대인
베트남 정보기술 분야 법제 연구/이상현
제3부 공정거래와 사회조화
거래상 지위남용 규제 법리의 형성과 전개/신영수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하도급법의 역할과 구조적 접근-일본의 경험을 참고하여-/이황
대규모유통업법의 체계적 정합성에 대한 검토-위법성 판단기준 및 과징금 부과기준을 중심으로-/정성무
간접할부계약에서 지급거절 항변권의 소송실무상 쟁점들/김구년
의약품결함과 제조물책임/신은주
[대표편집위원]
이봉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책임편집위원]
황태희 성신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집필위원(가나다 순)]
김구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판사
김대인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성훈 전주지방법원 판사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서 정 김 ․ 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손동환 부산지방법원 판사
신영수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은주 한동대학교 법학부 교수
오승한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성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윤인성 김 ․ 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민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이봉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현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이선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영대 법무법인 수호 변호사
이호영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 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성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조성국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혜수 전주지방법원 판사
조혜신 한동대학교 법학부 교수
차성민 한남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최승재 대법원 재판연구관, 변호사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홍명수 명지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황태희 성신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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