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인 2001년에 ｢유엔회의의 이해｣라는 제하의 책을 낸 적이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실제의 유엔회의가 어떠한 절차와 과정을 통해 전개되며 의사결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했다. 유엔의 여러 기관 가운데 총회에 집중하여 살펴보았는데 그 이유는 총회의 의사규칙과 회의의 과정 및 절차가 다른 대부분의 국제기구들에게 중요한 표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저술할 때 저자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회의를 연구하는 연구자나 국제회의에 실질적으로 참가하는 실무자를 주된 독자로 생각했다. 냉전종식 후 곧이어 1991년에 한국이 오랫동안 갈구했던 유엔의 회원국이 되었고 중요한 글로벌 이슈들이 다자회의를 통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었기 때문에 다자회의에서 우리의 국익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국제기구에서의 동태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잘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유엔가입으로 촉발된 학생들의 모의유엔회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2007년에 한국인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최고조에 이르러 전국 여러 곳에서 모의유엔회의가 유행처럼 개최되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서 개최되고 있는 대부분의 모의유엔회의가 실제의 유엔회의로부터 너무나 많이 이탈하고 있어 명칭의 일부로서 ｢유엔회의｣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울 정도였다. 이 때문에 2008년에 ｢모의유엔회의 핸드북｣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을 통해 제대로 된 모의유엔회의란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자 했다. 필자에게 있어서 제대로 된 모의유엔회의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제의 유엔회의와 다르지 않은 회의를 의미한다.
  당시의 모의유엔회의에 대한 필자의 비판적인 시각은 유엔에 의해서도 공유되었다. 유엔은 2012년 8월에 세계의 여러 국가에서 모의유엔회의를 지도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을 개최했고 필자도 여기에 참가했다. 워크숍의 개최 취지는 상호 연관성을 가지는 두 가지였다. 그 중 하나는 냉전종식 후 세계 도처에서 개최되는 모의유엔회의 대부분이 실제 유엔회의와는 너무나 상이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개개 모의유엔회의들이 적용하고 있는 절차와 규칙이 제각각이어서 표준화를 통해 세계 어느 모의유엔회의에 가더라도 새로운 절차와 규칙을 익힐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었다.
  유엔은 모의유엔회의가 실제의 유엔회의로부터 크게 벗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를 유엔회의에 대한 전문성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에 의해 대부분의 모의유엔회의가 조직되고 운영되는 데에 있다고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을 모의유엔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에 대한 교육에서 찾고자 했다. 필자는 이러한 진단과 처방이 한국에도 유효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실천하고자 필자가 관계하고 있는 한국유엔협회를 통해 워크숍을 가진 바 있고 계속 가질 계획이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일 이 책은 실제의 유엔회의에 참가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의유엔회의를 보다 전문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를 염두에 두고 저술했다. 책은 크게 실제의 유엔회의를 다루는 1부와 모의유엔회의를 다루는 2부와 더불어 실제의 문건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3부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모의유엔회의의 경우라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제 유엔회의와 달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쓴 책이기 때문에 모의유엔회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 역시 실제의 유엔회의 부분을 기본적으로 읽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여러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으나 이전에 출간한 필자의 책과 구별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책은 최근에 언론을 통해 크게 관심을 끌었던 유엔총회에서의 북한인권 결의안의 채택과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공식의제로의 채택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책을 시작한 이유는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다 친숙한 북한인권이라는 의제항목이 논의되는 과정 전체를 한번 살펴봄으로써 유엔회의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독자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째, 이 책에서는 유엔에서 의사결정의 대부분이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어떠한 기술적인 요소들이 사용되고 있는가를 소상하게 설명하고자 했다. 이러한 기술적인 요소의 일환으로서 쟁점의 배제, 쟁점의 병행, 쟁점의 절충 등과 같은 방식을 소개함과 동시에 협상을 촉진하여 합의에 이르도록 돕는 기제(mechanism)로서 협상그룹, 의장친구그룹, 편집문건(compilation text) 등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셋째, 의사규칙을 설명함에 있어서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유엔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사용된 의사규칙의 예를 풍부하게 들었다. 또한 명시적인 의사규칙의 규정과는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관행이라든가 의사규칙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으나 관행으로서 적용되고 준수되는 의사규칙들을 찾아내서 소개하고자 했다. 특히 의사규칙 중 가장 논란이 많이 되고 있는 ｢의사규칙 위반지적(point of order)｣이 규정과 관행상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에 대해 깊이 있고 포괄적인 설명을 제시했다.
  넷째, 유엔회의 구성원과 역할이라는 장을 별도로 두어 회원국 이외의 회의참가 주체, 의장단의 구성과 역할, 운영위원회(General Committee)의 구성과 역할, 사무국 소속의 본회의와 위원회 간사의 역할, 의장에 의해 임명된 사회자의 역할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은 유엔회의 구성원들의 역할에 대한 실제 유엔회의 참가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모의유엔회의에서 이러한 역할을 맡은 참여자에게 수행하여야 할 구체적인 역할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다섯째, 회의에서 사용하여야 할 호칭과 더불어 발언예의와 발언요령을 설명하는 장을 별도로 두었을 뿐 아니라 회의 시설과 도구의 사용이라는 장을 두어 좌석의 위치, 명패(placard)의 구조와 사용법, 의사봉(gavel)의 사용법, 유엔저널(Journal of the United Nations)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여섯째, 회의의 기본적인 과정으로서 2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결의안의 상정 전에 본격적인 비공식협의가 진행되어 상정 이후의 절차인 채택절차가 일사분란하게 짧은 시간 내에 끝나는 과정이다. 또 다른 과정은 결의안 상정 후에 본격적인 비공식협의가 진행되는 방식으로서 결의안 상정 이전의 비공식협의 과정이 없거나 미약하게 일어나는 경우이다. 이 두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뒤이어 소개되는 유엔총회 본회의와 위원회의 회의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본회의와 위원회 회의를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어떠한 과정을 밟는가를 소상하게 소개하면서 회의 과정마다 필요한 문건들을 소개했다.
  일곱째, 회의에서 필요한 다양한 문건들의 작성요령을 아주 자세하게 소개함으로써 실제 유엔회의 참가자뿐만 아니라 모의유엔회의 참가자들의 유엔의 공식문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발언문의 작성능력의 향상을 돕고자 했다. 이와 더불어 영국식 영어의 사용법 등 문건작성 시 주의하여야 할 사항을 별도의 장을 두어 자세히 설명하고자 했다.
  여덟째, 유엔문건의 번호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유엔문건을 어떻게 검색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유엔의 공식문건의 검색을 위한 3가지 방법을 중점적으로 설명함과 더불어 문건번호를 알고 있을 경우 간단하게 문건에 접근하는 법과 공식문건의 목록에 접근하는 법 등을 상세히 소개하여 유엔의 각종 공식문건을 효율적으로 검색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아홉째, 유엔회의의 시청방법과 유엔방송의 청취에 대한 설명을 위한 별도의 장을 두었다. 유엔회의를 이해하는 지름길은 실제의 유엔회의에 참가하는 것이나 이러한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전으로 이제 인터넷을 통해 모든 공개적인 유엔회의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청할 수 있게 되었고 유엔의 방송을 청취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들 방송에 접근하는 법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을 마우스 클릭 하나로 뉴욕의 유엔회의로 안내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열째, 협상(negotiation)에 대한 부분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으며 필자가 혼신을 다하여 저술한 부분 중 하나이다. 이 부분에서 구체적으로 협상이란 무엇인가로부터 시작하여 협상의 두 가지 방식을 살펴보고 협상력의 원천으로서 협상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를 소개하고자 했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협상의 전략과 협상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 등을 체계적으로 살펴보고자 했다.
  열한째, 유엔회의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발언을 해야 하는가를 상황별로 세분하여 다양한 용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어 더불어 결의안의 상정과정과 같은 회의의 특정 과정을 설정하여 일련의 회의가 진행되면서 어떠한 발언이 행해지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유엔회의에서 쓰는 용어들은 상황별로 거의 한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발언 모두를 영어로 소개하고 있어 실제회의에서뿐 아니라 모의회의에서도 많은 활용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열둘째, 모의유엔회의를 다루는 2부에서는 모의유엔회의의 정의와 목적, 모의유엔회의의 단계별 과정, 의제와 국가입장의 이해, 유엔의 조직과 권한에 대한 이해, 과정과 의사규칙의 이해, 심사기준과 심사위원 유의사항, 참가자들의 유의사항, 모의유엔회의의 필수 절차와 준비 문건 등을 별도의 장을 두어 소상하게 모의유엔회의를 소개하고자 했다. 특히 모의유엔회의 과정과 의사규칙의 이해를 다루는 장에서는 모의유엔회의가 실제의 유엔회의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동일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다를 수밖에 없는 경우들을 그 이유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열셋째, 3부 부록편에서는 유엔의 공식문건과 대표단이 작성한 발언문 등 다양한 실제문건들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문건 가운데는 필자가 유엔회의에서 타국 대표단으로부터 얻어온 귀한 문건들도 있다. 앞서 문서작성 요령 등에서 설명한 것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실제문건을 잘 살펴볼 것을 권한다. 이와 더불어 공식국명과 대표부 연락처를 게재했다. 공식국명의 경우 모의유엔회의의 조직과 운영을 맡은 사람들이 명패상의 국명이나 결의안의 공동제안국의 국명을 적을 때 좋은 참고가 되리라고 본다. 대표부 연락처의 경우 구체적으로 유엔회원국 유엔대표부의 주소, 전화번호, 팩스번호, 이메일 주소, 홈페이지 주소 등을 소개하고 있어 자료를 요청하기 위해 연락을 취하거나 할 때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필자가 2012년에 유엔에서 모의유엔회의에 관한 워크숍에 참가했을 때 약 20여명의 유엔 전문직 직원들이 나와서 아주 유익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 중에서 가장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을 한 한국인 강사가 있어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마자 쫓아가 감사의 말과 더불어 몇 가지 질문을 하고자 했다. 필자의 명함을 주면서 프레젠테이션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금방 필자를 알아보고 필자가 출간한 바 있는 ｢모의유엔회의 핸드북｣을 구입하여 읽으면서 유엔에서 회의관련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듣고 반갑기도 했지만 또 다른 한편 전문서적을 쓸 때 제대로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중압감을 느꼈다. 이 책은 이러한 책임감을 갖고 수년간에 걸쳐 하나하나 실증적인 자료에 바탕을 두고 최선을 다해 작성되었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이 책이 유엔을 잘 이해하는 사람, 유엔을 잘 활용하는 사람, 유엔을 전문 직장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데 조그마한 일조를 한다면 필자로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될 것이다. 

제1부　실제 유엔회의 
제1장　유엔회의의 개관 
제2장　유엔의 조직과 권한 
제3장　유엔의 재정 
제4장　유엔의 의사결정 
제5장　유엔총회 본회의와 위원회 의사규칙 
제6장　유엔회의 구성원과 역할 
제7장　회의에서의 호칭과 발언 
제8장　회의 시설과 도구의 사용 
제9장　회의의 기본적인 과정 
제10장　본회의 회의과정의 이해 
제11장　위원회 회의과정의 이해 
제12장　문건작성 요령 
제13장　문건작성 시 주의사항 
제14장　문건번호 
제15장　유엔문건의 검색 
제16장　유엔회의 시청과 유엔방송 청취 
제17장　협　 상 
제18장　상황에 따른 발언 
제19장　중요 회의과정의 일련의 발언 

제2부　모의유엔회의 
제1장　모의유엔회의 개관 
제2장　모의유엔회의 의제와 국가입장의 이해 
제3장　유엔의 조직과 권한 등에 대한 이해 
제4장　모의유엔회의 과정과 의사규칙의 이해 
제5장　심사기준과 심사위원 유의사항 
제6장　참가자들의 유의사항 
제7장　모의유엔회의의 필수 절차와 준비 문건 

제3부　부　　록 

박재영
[학력]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학사)
Northern Illinois University(국제기구 전공: 석사, 박사)
[국제기구 관련 경력]
외교부장관 국제기구 분과 자문위원
외교부 초급전문가(JPO) 선발 면접위원
외교부 유엔논문경연대회 심사위원
행정안전부 중앙인사위원회 공무원 국제기구 파견 심사위원
유네스코 인간안보 워크숍 한국대표
유엔 새천년 NGO 포럼 유엔강화위원회 한국대표
국제기구 한국유치 책임 연구원
아시아⋅태평양모의유엔회의(APMUN) 한국대표단 단장 및 심사위원
전국대학생모의유엔회의 심사위원
[현재]
국립 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유엔협회 부회장
유엔학생협회한국연맹(KFUNSA) 지도교수
전국대학생모의유엔회의 자문교수
[국제기구 유관 저서]
국제정치패러다임(법문사)
국제관계와 NGO(법문사)
국제기구정치론(법문사)
유엔과 국제기구(법문사)
유엔과 사무총장(도서출판 예응)
유엔회의의 이해(법문사)
모의유엔회의 지침서(유엔한국협회)
모의유엔회의 핸드북(법문사)
국제기구 진출 어떻게 하나요(법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