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사법학회의 2012년도 사업계획에 한국 상법전 50년사의 정립이 포함되어 있었다. 지난해 7월 중순경 편저자는 학회의 회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금년이 바로 우리 상법전이 시행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니 50년사의 집필을 맡아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내용을 300페이지 내외로 하되 기한은 2013년 2월 28일까지 끝내달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원고 집필은 맡기는 하였어도 구상이나 전망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로부터 두어 달 이상을 이 생각 저 생각으로 골몰하다가, 역사기행을 한다고 생각을 잡고, 우선 키워드를 정리해서 우리 상법전의 행보를 찾아가 보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나서 상법전의 제정위원을 중심으로 그분들이 어디서 상법학을 학습하였는가를 더듬어 보았다. 경성제국대학, 혹은 일본 경도제대 및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이 역사의 현장으로 나온다. 그 위로 조선의 말기에 법조인의 양성을 목표로 설치된 법관양성소는 어떠한가, 또 법관양성소의 교관으로 선 분들은 누구인가, 대부분이 관비유학생들이었다. 관비유학생들의 일본에 파견하게 되는 동기는 어디서 얻게 되는가, 일명 1881년의 신사유람단이었다. 거기서 한 5, 6년 거슬러 올라가면 운양호사건으로 강화도조약이 체결되는 과정이 나온다. 불평등조약이었다. 쇄국의 장막은 일본함포가 쏜 포탄들이 날려 보냈다. 그리고 나선 조선 땅에서 무슨 변란이 일어날 때마다 일본이 내미는 것은 불평등조약이었다.

이 땅에 서양법이 수용된 기점을 쇄국의 장막이 올라간 때부터 친다면, 강화도조약이 시발점이 되는 셈이다. 거기서부터 상법학 여행은 시작된다. 원래가 상법사는 제도사(制度史)에다 학술사(學術史)가 섞여야 광이 나고 빛이 나는 법.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개국 20여 년 만에 문을 연 법관양성소에서 처음으로 상법이라는 과목이 들어간 해가 1906년이었다. 그래도 조선조 말기에 저술된 9권의 상법교과서들이 보성전문학교의 후신인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보관되고 있다. 문제는 일제강점기의 상법학이다. 1924년에 문을 열고 1945년 8월 14일까지 존속한 경성제대는 한국의 상법학의 암흑기를 대변한다. 아주 다행스러운 것은 조수의 신분으로 쓴 논문이 일본의 저명한 교수의 논문을 비판한 것으로 일본의 유명한 민상법잡지에 실려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독일의 시성(詩聖)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89-1832)의 “학문과 예술은 세계성이 있고, 이 학문과 예술 앞에는 국경의 울타리도 소멸한다”(Wissenschaft und Kunst gehren die Welt an, and vor ihnen verschwinden die Schranken der Nationalitt)는 명구가 생각난다.

1962년 1월 20일 한국 상법전이 탄생하기까지 역사의 진행이 결코 순탄치만 않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맞이한 8.15 해방, 곧 이은 미군정시대, 1948년 8월 15일 건국하고 2년 만에 겪는 6.25 한국전쟁, 3년 만에 정전이 되자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된 자리에서 모든 것을 다시 세우는 가운데 맞은 5.16 군사혁명. 구법령정리계획사업의 끝날이 바로 1962년 1월 20일이었다. 한국 상법전은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우리 제정위원들의 꿈과 이상이 결집된 노고(勞苦)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나서 50년이란 세월이 지나왔다. 발전의 계기가 15번이나 있었다. 상법전을 열과 정성으로 가꾸고 다듬어 온 개정위원들의 노고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발전 중에 있으니 앞으로 60년사, 70년사, …, 100년사도 쓰여 질 것이다.

제1장  서    장
   제1절  상법사의 장을 열며
   제2절  개화기의 상법학

제2장  한국 상법전의 탄생
   제1절  상법초안의 준비작업
   제2절  의용상법과 상법안의 비교검토
   제3절  상법초안의 심의과정

제3장  한국 상법전의 발전
   제1절  한국 상법의 개정사
   제2절  1984년의 상법개정(법률 제3724호)
   제3절  1990년대의 상법개정
   제4절  2000년대의 상법개정

제4장  마지막 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법학박사(서울대학교)
독일 Bonn대학 국제사법․비교법연구소에서 2년간 상법연구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현재,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저서 및 역서>
무역거래법 (1972, 정림사)
외국환관리법 (1974, 삼영사)
관세법 (공저, 1975, 삼영사)
수출무역계약의 법리/Clive M. Schmitthoff, Legal Aspects of Export Sales (번역, 1976, 삼영사)
무역신용장 (1981, 삼영사)
상법총칙 (1986, 법문사)
상행위법 (1989, 법문사)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협약상의 제문제 (공편, 1991, 삼지원)
체계 상법판례집 회사편 4권 (공편, 1993, 성대 법학연구소)
체계 상법판례집 어음․수표법 10권 (공편, 1998, 법문사)
회사법 (2000, 법문사)
상법 [총칙․상행위] (2001, 법문사)
법률영어사전 (공편, 2007, 법문사)
법률한영사전 (2010, 법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