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사회과학에서 중요한 주제이다. 많은 연구들이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이 주제를 다루어 왔다. 경제학의 경우 도덕적 해이, 거래나 교환, 시장의 성장과 활성화, 경제성장과 같은 주제를 다룰 때 신뢰가 등장한다. Putnam (1993)이 서술한 이태리 남부와 북부의 정치와 경제성과 비교 및 Fukuyama(1995)의 연구는 신뢰가 사회번영에 필수요소라는 것을 수많은 사례들을 이용하여 실증하고 있다. 정치학도 민주주의 근간인 시민참여의 활성화, 정치제도와 정치집단에 대한 신뢰를 통해 신뢰문제를 다룬다. 정치경제적 자원 배분과정이나 제도의 효율성은 신뢰 수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사회학에서는 신뢰를 정치기구와 제도, 경제운영의 원리와 규범에 기대되는 또는 공유되거나 합의된 사회적 실체로 본다. 신뢰가 부족할 경우 또는 신뢰가 없어지고 불신이 증가할 경우 사회규범이나 제도는 그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는다. 심리학에서는 신뢰를 심리적 인지적 상태나 기대로 보아 의사결정이나 선택의 측면에서 접근한다. 최근에는 생물학에서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을 가지고 신뢰를 연구한다. Zak를 비롯한 학자들이 공정성, 행복, 신뢰와 같은 사회규범을 생물학적 측면에서 연구하고 있는데, 이들은 신뢰의 생성이 생물학적 속성과도 연결된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행정학의 경우도 국정운영은 구성원들 사이의 신뢰나 조직구성원과 기관장 사이의 신뢰, 기관들 사이의 신뢰가 높을 때 조정과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여기서 행정의 효과성과 정당성이 생겨난다고 본다. 또한 행정이나 정책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중요하다. 이러한 신뢰는 각종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 행정이나 정책에 대한 신뢰, 국가 지도자나 지도층, 국가 기관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 등 다양한 공간 속에서 정부신뢰(정부에 대한 신뢰)로 존재한다. 그 밖에도 대인신뢰, 사회신뢰, 정부신뢰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중요한 연구주제로 주목을 받아 왔다. 또한 사적 신뢰와 국가기관이나 제도에 대한 공적 신뢰가 서로 어떤 연관성―서로 대체관계나 보완관계를 형성하는지 또는 구축(인)효과를 수반하는지―을 가지는가도 이 분야의 중요한 주제이다. 여기서 본 연구는 정부신뢰에 초점을 맞추어 정부신뢰의 개념, 중요성, 유관 요인에 대한 논의를 정리해보고, 정부신뢰 연구에 있어 미래 주제들을 탐색하고 있다.
정부신뢰라는 개념에서는 신뢰의 개념 구성과 측정에서 제기되는 쟁점들이 그대로 나타난다. 정부신뢰를 기대와 같은 심리적 속성으로 볼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역사사회적 산물로 볼 수도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 정치적 소외, 정부에 대한 만족이나 불만과 같은 개념들과 정부신뢰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아니면 얼마만큼 이들 개념들과 중복되어 있는지 아직 이 부분에 대한 명쾌한 정리가 나와 있지 않다. 정부신뢰가 낮다면 과연 이것이 문제가 되는지, 나아가 문제가 될 만큼 낮은 수준의 정부신뢰는 어떤 지점인지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민주주의 체제의 효과성은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으로 나온다면, 어느 정도 정부에 대한 불신은 오히려 필수적 요소일 수도 있다. 정부신뢰는 독립변수로 다양한 정치경제적 요소들에 영향을 준다. 민주주의에 대한 효능감이나 민주주의 공고화에 정부신뢰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경제활동이나 사회안전에서도 정부신뢰는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중요한 정부신뢰는 과연 어떤 경로나 과정을 거쳐 무슨 요인들에 의해 생성되거나 사라지는지 많은 연구자들이 알고자 했다. 현재도 정부신뢰 함수를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요인들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지, 나아가 정부신뢰는 정부를 구성하는 정치인이나 정부기관장과 같은 지도자, 정부구성원, 정부기관이나 제도 그 자체에 대한 신뢰들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복합체이다. 이 경우 정부신뢰를 측정하는 작업은 다층적 접근이나 분석을 이용해야 한다.
정부신뢰는 정부 자체의 능력이나 성과에 대한 기대, 정부운영 과정이나 성과,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사회인구학적 특성, 그리고 정부신뢰가 평가받는 시점과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신뢰는 미시요인들과 거시요인들과 함께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신뢰와 관련된 요인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신뢰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대개 거꾸로 정부신뢰에 영향을 받는 관계를 갖고 있다. 이처럼 정부신뢰와 관련된 요인들은 정부신뢰 함수에서 있어 내생성(endogeneity)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신뢰와 유관 요인들을 측정할 때 실험연구나 종단면 자료생성을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정부신뢰와 정부성과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설들이 존재한다. 정부신뢰를 역사적 관점에서 그 변천과정이나 거시적 추세를 파악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정부신뢰에 내재된 시점효과(period effects)나 세대효과(generation effects), 정치경제적 위기(crisis) 뒤에 발생하는 사건효과(event effects) 등에 대한 논의들이 그 사례들이다. 한편 정부신뢰도 상승이나 하락과 같은 사이클(cycle)을 이루고 있기 때문인데, 문제는 어떤 형태의 사이클인지 그리고 어떤 요인들과 연관되면서 사이클이 형성되는지 추가연구가 필요하다.
CHAP. 01 왜 정부신뢰인가?
CHAP. 02 왜 신뢰와 정부신뢰에 주목하는가?
Ⅰ. 신뢰 개념과 주요 연구들
Ⅱ. 정부신뢰의 개념
Ⅲ. 왜 정부신뢰가 중요한가?
CHAP. 03 정부신뢰에 관한 주요 쟁점들
Ⅰ. 정부신뢰를 둘러싼 큰 질문들
Ⅱ. 정부신뢰를 둘러싼 주요 가설들
Ⅲ. 정부신뢰의 형성차원과 기제
CHAP. 04 정부신뢰 함수의 탐색
Ⅰ. 정부신뢰를 둘러싼 큰 질문들
Ⅱ. 정부신뢰를 둘러싼 주요 가설들
Ⅲ. 정부신뢰의 형성차원과 기제
CHAP. 05 마치면서: 정부신뢰의 주요 난제
Ⅰ. 정부신뢰의 개념과 측정
Ⅱ. 신뢰함수의 모형
Ⅲ. 정부는 신뢰의 대상인가 불신의 대상인가?
정 광 호(鄭光浩)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문학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행정학 석사)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정책대학원(정책학 석사)
미국 시라큐스대학교 맥스월대학원(행정학 박사)
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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