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서는 일본이 대륙침략의 야욕을 품기 시작하면서 그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조선시대 말부터 자행한 한반도 측량침략사를 규명한 연구물이다. 일본에서는 자국이 제작한 해외 지도를 외방도라 부른다. 저자가 일본의 이른바 외방도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6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지도를 보고 무심코 지나쳐 버렸다. 당시 저자는 고인이 되신 서울대학교 이지호 은사님의 강의 중에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간행한 1 : 5만 축척의 지형도(본문 중의 제3차지형도)를 바탕으로 당시의 토지이용도를 제작하는 수업을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도와 좀 다르다는 것은 알았지만, 더 이상 그 지도의 정체를 알려들지 않았다.
그것은 [약도] 또는 [조선약도]라 불리는 지형도였다. 그 후, 저자는 일본 쓰쿠바 대학에 외국인 교수로 초빙되어 1년간 일본 대학생들을 가르치며 틈틈이 도서관을 뒤져 그곳에 소장되어 있는 고지도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채색판 [동여도]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밝혀진 [조선팔도지도]를 찾아냈다. 이들에 관해서는 신문지상에 보도되거나 연구논문으로 발표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약도가 어딘가 실재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어느 날 연구차 미국을 다녀온 이의한(현 강원대학 교수) 박사로부터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클라크대학의 지도도서관에 한국관련 지도가 있다는 소식에 접하여 저자는 직접 그 지형도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도도서관의 사서인 B. J. Presley씨로부터 이들 지도가 일본의 패전 후 연합군이 압수한 것들이라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학구열보다는 호기심이 발동한 저자는 주쿄대학 키타다[北田晃司] 박사의 도움으로 일본 국회도서관을 뒤져 문제의 ‘조선약도’를 찾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그때부터 저자는 지도의 분석에 돌입하여 1992년 대한지리학회의 구두발표와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지에 논문으로 게재하였다. 1994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허남린 교수의 도움으로 미국 하버드 대학의 M. Chamberlain 교수와 C. Eckert 교수로부터 하버드 대학 라이샤워 연구소에서 개최하는 국제학술대회에 저자의 연구결과를 발표해 달라는 초청을 받고 기존의 논문을 더 손질하여 구두 발표하였다. 저자는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측량침략 사실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그 논문은 1997년 네덜란드의 Brill 출판사에서 New Directions in the Study of Meiji Japan이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입수한 조선약도는 성지문화사에서 《구한말 한반도 지형도》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저자의 연구결과에 대하여 일본은 비교적 뒤늦게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2002년에 결성된 일본의 ‘외방도 연구그룹’의 책임자인 일본 오사카 대학의 고바야시[小林茂] 교수로부터 2005년 12월 초청을 받아 조선약도에 관한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외방도 연구 뉴스레터’에는 3편의 논문을 실었고, 저자의 논문은 일본인 학자들의 연구결과와 함께 《近代日本の地圖作製とアジア太平洋地域: 外邦圖へのアプロ一チ》란 제목의 단행본으로 오사카 대학 출판부에서 발행되어 학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일본 학자들과 교류하면서 또 다른 지도가 미국 워싱턴 의회도서관에서 발견되었으니 공동조사를 하기 위해 미국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학기 중이어서 저자는 갈 수 없었다. 그 지도들을 입수한 일본학자들은 공동연구를 청하며 입수한 지도를 저자에게 제공해 주었다. 저자는 그 지도들이 조선왕조 말기에 측량된 지도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제1장 서 론
- 본서의 의의
- 일제의 성립과 근대 초기의 지도제작
제2장 조선말 측량침략
- 조선말 일제 측량기관의 활약상
- 외방도의 제작과 소장
- 일본 참모본부 간첩대의 해외 파견과 측량배경
- 간첩대의 측량과 정찰 루트
- 지도의 내용과 도식
- 도식(圖式)의 특징
- 개항장 지도
- 병요지지서 조선지지략의 간행
제3장 구한말 측량침략
- 대한제국의 측량조직과 제1차 임시측도부
- 군용비도의 제작
- 을사늑약 전후의 측량사업
- 목측 약도의 제작방법
제4장 일제강점기 토지조사사업과 지형도 제작
- 일제강점기 토지조사사업
- 토지조사사업과 한반도 지형도 제작
- 육지측량부의 삼각측량
- 식민지 지배를 위한 지도의 제작 및 이용
- 한반도 지형도의 목록
제5장 측량침략에 대한 조선 관리의 입장과 한국민의 저항
- 참모본부의 불법적 측량사업
- 조선 관리의 입장
- 한국민의 저항
- 비밀측량대원 무라카미의 일기
- 일제 측량에 협조한 한국인들
- 와타나베 참모와 측량지도의 행방
남영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M.A.)
일본 쓰쿠바대학 대학원(M.S. 및 Ph.D.)
고려대학교 조교수·부교수
일본 쓰쿠바대학 외국인 교수
미국 미네소타대학 방문교수
대한지리학회 편집위원장
한국도시지리학회 회장 역임
한국지도학회 이사
현,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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