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保全處分에 대한 債務者의 救濟」라는 제목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것이 1984년의 일이다.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약 25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보전제도에 대해 지고 있던 큰 짐 하나를 이제 내려놓으려 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실무자가 아니면서 민사소송을 공부한다는 것은 의사가 아니면서 의학을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생뚱맞은 일이었다고 할 수 있고, 더군다나 재판절차도 아닌 보전절차를 가지고 학위를 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도교수이신 金容旭 교수님께서는 당시에 벌써 오늘날의 모습을 예견하시고, 집행절차를 공부하도록 말씀하셨다. 그 덕분에 많은 부족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교수라는 직함을 얻어, 오늘날까지 학계의 말석에서 선학과 동료들의 가르침을 얻고 있다. 석사학위에 이어, 「假處分訴訟의 審理構造에 관한 硏究」라는 논제로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필자에게 있어서 보전절차에 대해서는 이따금 논문을 발표하는 외에는, 학문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대상이 되지 못하였다. 대학원 과목에서는 그나마 보전절차에 관한 과목이 개설되어 연구가 가능하였지만, 학부에는 강제집행법의 일부로 편제되어 있으므로 학기말에 잠시 짚고 넘어가는 수준에 불과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전절차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보겠다는 꿈은 계속적으로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사이에 민사집행법이 민사소송법으로부터 분리·제정되고, 또 보전절차에서는 모든 것을 전부 결정으로 재판하는 소위 「전부결정주의」가 도입되는 등의 개정이 이루어져, 필자가 주장하는 보전심리 → 구제제도 → 본안절차의 단계별 구조에 어느 정도는 다가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학내에서도 법학전문대학원 체제가 출범함으로써 실무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민사보전법」이란 이름으로 과목이 개설되고, 드디어 체계적으로 보전절차의 전반에 걸쳐 연구할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 이 책이 이 세상에 나오게 된 저간(這間)의 경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필자의 지금까지의 민사보전절차의 연구에 대한 중간결산으로서의 의미를 가짐과 동시에, 앞으로의 연구활동에 대한 지표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정의하여 보고자 한다.
사실 보전절차는 재판에 의한 권리구제절차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절차라 할 수 있다. 가장 본질적이고도 원칙적인 권리구제절차를 소송절차라 한다면, 보전절차는 소송절차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함으로써 권리구제의 완전성을 추구하는 절차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전절차는 소송절차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독일법에서의 가압류·가처분절차나, 프랑스법상의 레페레 영미법상의 어태치먼트(attachment)·가니시먼트(garnishment)·인정크션(injunction) 등의 제도가 다 같이 이러한 성질을 공유하고 있는데, 특히 영미법상의 제도들은 보통법(Common Law)이 아니라 형평법(Equity)상의 제도라는 것이 이러한 성질을 웅변으로 말하고 있다. 이런 성질로 인하여 보전절차는 소송절차와 다른 취급을 하여야 하고, 또 강제집행을 보전하는 것은 여러 가지 보전절차의 기능 중에서 하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보전절차법은 집행보전이라는 독일법제의 틀 안에 얽매여 국민의 권리구제에 대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고, 이 결과 법제상 각종의 특수보전절차가 어지럽게 혼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각국의 보전법제가 각각 그 기원을 달리하고 있고, 또 현재 가지고 있는 기능도 통일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 법제에서와 같이 민사집행의 틀 속에 가두어놓는 것은 보전절차가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비추어볼 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가능성이 입법자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못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보전절차법의 해석론이나 실무는 다른 법제에 비해 융통성이 많은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정형적인 해석으로서는 도저히 법제와 현실을 맞추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보전절차법이 소송절차에 비해 특수하고도 이례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절차의 신속성과 적정성의 조화, 채권자의 권리와 채무자의 이익의 조화, 당사자의 이익과 공익과의 조화, 보전절차와 본안절차의 조화 등은 이러한 와중에서 끊임없이 절차의 진행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요소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보전절차를 단순히 소송절차 내지는 집행절차의 부수적인 절차정도로 치부해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보전절차는 공·사법을 아우르는 법체계 전반에 걸쳐 소송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적절하게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며, 이러한 점에서 보전절차의 의의는 재평가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점이 궁극적으로 바로잡혀진다면 단순히 「민사보전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보전절차법」으로서의 기능까지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단계로 나아가기에는 필자의 힘이 너무나 미약하기에 그 꿈을 잠시 접어두고, 이 책에서는 가급적 현행법의 이해를 충실히 하는데 힘썼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특히 이론적인 탐구에 그치지 않고, 판례의 이론을 빠뜨리지 않고 반영함으로써 실무적인 경향도 반영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능력부족으로 인하여 적지 않은 잘못이 이 안에 포함되어 있으리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독자 여러분의 날카로운 지적을 기다린다.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연구생활을 하면서 잘못은 바로잡고, 발전시킬 것은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제1편 보전절차 총설
제1장 보전절차의 의의
제2장 보전절차법
제3장 외국의 보전절차
제2편 보전명령절차
제1장 보전신청
제2장 보전절차의 주체와 객체
제3장 보전소송의 요건
제4장 보전신청의 심리
제5장 보전신청에 대한 재판
제3편 보전재판에 대한 구제절차
제1장 여러 가지 불복방법
제2장 보전이의
제3장 가압류에 대한 취소신청
제4장 가처분에 대한 취소신청
제5장 즉시항고
제4편 보전집행과 절차의 종료
제1장 보전집행 일반
제2장 가압류 집행
제3장 가처분 집행
제4장 집행의 정지 및 취소
제5장 부당한 보전집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제6장 보전처분의 경합과 저촉
제7장 보전집행의 본집행으로의 이전
김연
부산대학교 법정대학 법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법학박사)
경성대학교 교수 역임
University of Missouri-Columbia visiting scholar
현재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법시험, 행정고시, 입법고시 위원
변리사시험, 세무사시험 위원
부산지방법원 조정위원
한국민사소송법학회, 한국민사집행법학회, 한국가족법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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