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기술한 행정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완전한 것은 결코 아니며,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다만 행정학도들이 행정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조그만 불씨를 지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고자 하였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행정학 교과서를 서술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좀 다른 접근방법을 선택하였다. 즉 행정학의 위기로부터 출발하여 위기의 배경, 민간부문과 국제부문의 도전에 대한 정부역할의 재조명, 정부의 역할체계, 역할수행능력, 정부혁신 등의 순서에 따라 구성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정부역할의 변화, 작은 정부, 규제완화 등을 당연시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환경의 변화가 정부역할의 축소를 가져온다거나 민간부문과 국제부문의 영향력 증대가 곧 정부부문의 쇠퇴를 초래한다는 단선적인 주장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민간과 국제의 영향보다는 오히려 정부의 역할수행능력에 따라 정부의 역할이 조명되어야 한다는 일관된 생각을 갖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정부역할이 축소되었다고 할만한 정도의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 어떤 면에서 정부역할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증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정부역할에 대한 재조명과 정부의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여 가장 심각한 위기를 느끼게 된 당사자는 대학에서 행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이들을 가르치는 행정학자들이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면 공무원이 되거나 적어도 정부와 관련 있는 공직에 취업할 것이라는 기대와 소망은 이제 옛말이 되어 버렸다. 직접적인 이유는 정부의 인사제도가 대학의 전공학문과 유기적인 관련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대학졸업자의 수가 많아 사회에서 수요하는 인력보다 공급이 초과되어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행정학 전공의 졸업자들이 무슨 일이든지 잘 해내는 것 같지만 특별히 활용할 만한 지식과 기술이 없다는 사실은 기업은 물론 정부의 행정관리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여기에 대하여 대학에서는 이론을 가르치는 곳이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곳은 아니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물론 대학이 정부와 기업의 인력양성소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행정학을 전공하고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정부나 기업에 취업하여 직업적으로 성공(career success)을 거두기 위한 기초적 지식을 대학이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행정학 전공자들이 갖추어야 하는 기초지식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논의의 초점이 주어져야 한다.행정학 전공자들이면 누구나 알아두어야 할 기초지식이 과연 무엇인가를 밝히기 위하여 적어도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첫째, 행정학에서 지금까지 취급해 온 내용을 도외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전통적인 내용을 재조명하는 가운데 기초지식이 규정되어야 한다. 행정학의 방대한 이론적 지식 가운데 행정학 전공자들이 꼭 학습해야 될 내용을 가려내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둘째, 인접학문, 예컨대 정치학, 법학, 경제학, 경영학, 사회학, 심리학 등과의 유기적 관련성을 고려하여 행정학의 기초지식이 규정되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사회과학의 분과학문 간에는 지나친 할거주의가 만연되어 왔다고들 한다. 다시 말해 학문의 분화(分化)가 이루어지면서도 통합(統合)은 거의 고려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행정학의 전통적 지식에 관해서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적어도 정부의 역할, 구조, 원리 등에 관한 지식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며, 인접학문에 관한 기초지식에 있어서는 행정학 프로그램에서 직접 제공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학의 교과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과목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면 두 가지 점에서 유익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하나는 대학에서 행정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즉 학기마다 방대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못해 갖는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다른 하나는 행정학 전공자들이 공직에 취업했을 때 정부의 역할과 운영원리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였기 때문에 업무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며, 기업에 일자리를 구했을 때에는 기업의 대정부(對政府) 관계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이상에서 논의한 점을 고려하여 대학에서 처음 행정학을 접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쓰여졌다. 가능한대로 복잡한 이론과 개념을 일일이 다 취급하고 싶은 유혹을 피하려고 노력하였다. 따라서 행정학을 처음 접하게 되는 학생들이 부담 없이 읽어나갈 수 있는 최초의 교재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고 해서 행정학의 전통적 이론과 지식을 전혀 무시한 것은 물론 아니다. 상세한 이론과 개념에 대해서는 각론(各論)에서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각론을 취급하기에 앞서 안내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괄적인 내용만을 취급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행정학에 관한 이론을 학습한 사람들이라고 할지라도 행정학의 흐름을 정리하고 정부의 여러 가지 문제에 관하여 나름대로의 시각을 가지는데도 역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 책을 써 내려가는 과정에서 20세기 마지막 신화로 일컬어지는 인터넷(Internet)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해석하는데 지쳐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불명확한 지식과 부정확한 정보에 대한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정보와 자료의 수집이 용이하였기 때문에 특히 정부부문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이 점은 누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특히 제2편의 정부역할을 설명하면서 대한민국 전자정부 홈페이지(www.egov.go.kr)에 게재된 자료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때로는 저자의 생각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찾지 못하여 애를 먹기도 하였다. 내용을 서술하면서 참고한 자료들에 대해서는 독자들을 위하여 해당하는 홈페이지 주소를 밝혀 두었다.
제1편 행정학의 도전과 응전
제1장 서 론
제2장 행정학의 패러다임
제3장 부문간의 협력과 갈등
제2편 정부부문의 역할체계
제1장 정부의 역할체계
제2장 정부의 역할분담체계
제3장 행정부의 역할수행
제3편 정부의 역할수행능력
제1장 정부의 역할수행능력
제2장 정부의 관리능력
제4편 정부활동의 혁신
제1장 정부혁신의 배경
제2장 정부혁신의 전략
제3장 한국정부의 개혁
박우순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행정학석사)
미국 Florida주립대 대학원 졸업(행정학박사)
현재 동아대학교 정치행정학부 교수
E-Mail: wspark@daunet.donga.ac.kr
홈페이지: iloveorganizatio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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