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전체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편은 전통과 현대, 제2편은 생명과 인권, 제3편은 형사재판과 형사정책 그리고 제4편은 독일 통일과 법치주의이다.저자는 이들 네 개의 주제군을 다루면서 한국 형사법의 뿌리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한국의 형법학은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또한 어떤 과제를 안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한국 형사법은 현재 무엇이 문제이고, 우리 연구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고민들이 이 책의 편제에 묻어 있다.
저자가 특히 중점적으로 연구한 것은 1998년에 발표한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와 2006년에 발표한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례변경과 소급효 문제」를 다룬 논문들이다. 이 두 논문에서 저자는 한국 형법학계의 상반된 입장들을 극명하게 대립시켜 보았다. 이 분야에서 논의된 논문들을 모두 수집하고 분석하여 인용하였다. 그래서 이 책의 5분의 1이 이 두 논문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의 숨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누군가가 나와서 국내 학자들의 입장을 꼼꼼히 분석하고, 참고문헌들을 완벽하게 정리해 두어야 한다는 초학자로서의 의무가 있었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토대 위에서 저자의 독자적인 주장을 전개하는 것이 학문하는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방법론은 후학들에게 여러 가지로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저자는 이 논문들을 집필하면서 한국 형법학계는 왜 외국의 논의들에 대해서는 상세히 소개하면서도, 국내 형법학자들의 논의과정은 비판과 인용에서 그토록 인색한지 궁금했다. 예를 들면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례변경과 소급효 문제」의 경우, 국내 형법학자들의 논쟁을 자세히 소개해도 이미 세계적인 학문적 수준이건만, 굳이 독일과 일본의 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한국 판례들을 분석해도 의의가 충분하건만, 구태여 외국의 판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경향에 사실상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먼저 한국 학자 중 이 분야에서 누가 무엇을 주장했고, 그의 견해는 국내학자 중 누구의 견해와 유사하며, 외국학자 중 누구의 견해와 일치하고, 그러한 주장에는 한국 학자의 독창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그의 주장이 우리의 현실과 무엇이 다르고, 그의 주장에서 어떠한 관점이 누락되어 있는지를 정면으로 지적했다.저자는 이것이 학문하는 기본자세라고 믿는다. 이 두 논문들이 읽기에 따라서는 한국 학자들의 견해를 추출하여 단순하게 나열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학자들의 중복과 재탕 그리고 미확인 외국 문헌의 인용을 사실상 역설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생각건대 한국에서 인문학 및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신진학자들은 학문적 비판에 매우 조심스럽다. 사안(事案)과 사람을 구분하여 평가하지 않고, 감정적 도전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술대회의 토론장에서 항상 자기 생각을 펼치지도 못하고, 인사만 나누고 돌아온다. 이것은 아마도 많은 분들이 공통으로 느끼고 있는 심적 갈등일 것이다. 비슷한 인용과 외국 문헌의 번역된 글이 자기의 고유한 주장으로 변색되어 있는 학문적 풍토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 형사법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갑갑한 심정들을 선배 학자들은 이제 경청해 주어야 한다. 저자가 이들 두 논문에서 우리 학자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상세하게 열거한 것은 10년 동안 한국 형사법학계를 가까이서 지켜본 저자의 안타까움의 표현이고, 참아왔던 부조리한 학문방법론에 대한 하나의 고백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이 두 논문에 대해서 아주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들 두 논문에서는 적어도 한국의 입법, 판례, 학설, 그리고 비교법적 연구를 한 곳에 모아 가능한 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정리해 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결론에서 독자적인 대안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관점을 제기하려고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이들 논문들은 추후 속해서 보완할 예정이다. 어느 정도 분량이 되면 독자적인 연구서로 출간할 생각이다. 이것이 각 분야에서 쌓이면 한국 형법사가 될 것이고, 한국 형법학의 이론적 깊이를 가늠하는 전문학술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다소 투박한 문제제기에 독자들의 깊은 혜량을 구한다.
제1편 전통과 현대
제1장 다산 정약용의 형사철학과 형사정책
제2장 적극적 일반예방사상
제3장 국제형법: 세계주의의 도입 여부
제4장 국민의 사법참여
제5장 독일의 법학전문교육과 법조인양성
제2편 생명과 인권
제1장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제2장 긴급체포된 피의자와 체포적부심사청구
제3장 공소시효제도의 문제점과 개정방향
제4장 형법상 부작위범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
제5장 의사의 치료중단과 형사책임
제3편 형사재판과 형사정책
제1장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례변경과 소급효금지의 문제
제2장 한국 형법에 있어서 재물개념의 논쟁사
제3장 법원의 공소장 변경과 고소취소의 효력
제4장 삼심제 소송구조의 문제점과 상소제도의 개혁방안
제5장 매춘에 관한 법사회학적 연구
제6장 대형사고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제7장 특가법상 도주차량운전죄에 있어서 상해의 인정범위
제8장 도로교통법상 혈액검사를 통한 음주측정권
제9장 불법자금세탁에 관한 법적 대응방안
제10장 독일의 경미범죄의 처리제도와 구체적 운영실태
제4편 독일 통일과 법치주의
제1장 독일 통일과 스파이소송
제2장 독일 통일과 공소시효
제3장 독일 통일과 사법통합
제4장 독일 통일과 경찰통합
하태영
1962년 부산 출생
동아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법학사, 1985)
동아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졸업(법학석사, 1989)
독일 뮌스터(Münster)대학교 법학석사(LLM., 1992)
독일 할레(Halle)대학교 법학박사(Dr. jur., 1996)
독일 아데나워재단 장학생
경남대학교 법정대학 법학부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 역임
국가인권위원회 순회 인권강사
창원지방검찰청 시민옴부즈만 역임(2005)
동아대학교 최우수강의상 수상(2006년 2학기)
현재 동아대학교 법과대학 부교수․경찰법무대학원 부원장
〔저 서〕
Belastende Rechtsprechungsänderungen und die positive Generalprävention, Hallesche Schriften zum Recht Bd. 12, Carl Heymanns Verlag 2000
직장인 음주대책 국제비교, 한울아카데미, 2003(공저)
시민생활과 법, 박영사, 2004(공저)
독일통일 현장 12년, 경남대학교 출판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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