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는 세계 각지의 사람, 문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 있는 연구주제로 우리의 호기심을 발동시키곤 한다. 그러나 세계는 매우 넓고도 복잡하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국제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잘 알지 못할뿐더러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대학생이나 일반시민들도 세계시장으로부터 수입된 재화나 용역을 구입하거나 해외여행을 할 경우 이미 국제관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대학생들이 재학 중 흔히 갖게 되는 해외연수의 경험은 더욱 직접적으로 국제관계에의 참여를 낳고, 졸업 후의 취업전망은 세계경제와 국제경쟁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어렵게 일자리를 얻은 후에도 오늘날 각종 직업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해외여행이나 국제통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유가에, 그리고 결국은 세계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전쟁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등 아예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더구나 21세기에 들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일상생활이 국제화되고 있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세계는 날이 갈수록 좁아져 "지구촌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이제 "세계화", "지구촌", "무한경쟁" 등의 단어가 아주 익숙해졌으며,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우리는 이미 "지구촌 시민"이 되어 있다. 많은 양의 자본, 상품, 기술, 사람들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본, 특히 투기자본이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이동함에 따라 많은 나라들이 자칫 잘못하면 외환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접 뼈저리게 경험하였다. 국경을 넘어선 주식투자로 상상하기 어려운 자본이 컴퓨터 단말기를 통하여 광속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구촌 금융자본주의의 심장에 비유되는 뉴욕 증권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우리의 주가가 요동치고,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기업인·해외 근무자·유학생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기업을 경영하는 자본가들뿐만 아니라 자본에 의해서 간접적으로만 만나게 되어 있는, 서로 얼굴도 모르는 노동자들도 외국의 노동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칫하다가는 다국적기업들의 일자리 수출로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세계화는 도시의 지식층뿐만 아니라, 산간벽지의 농어민에게까지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03년 추석 무렵 머나먼 멕시코의 칸쿤에서 개최된 세계무역기구(WTO)의 5차 각료회의에서 이경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국제정치·경제의 움직임이 농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또 2005년 12월 홍콩에서 개최된 제6차 WTO각료회의에서 주로 농민으로 구성된 1,500여명의 한국시위대 가운데 700여명이 과격 시위도중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이 모든 사실들은 이제 어느 누구도 하나의 지구촌 시장에서 살면서 국제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
이처럼 지구촌의 문제들이 우리 생활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는 매우 뒤떨어진 것 같다. 영국 BBC 방송은 2003년 6월 세계 11개국 1만1,000명에 대한 면접 조사로 만든 토론 프로그램인 "세계는 미국을 어떻게 보나"에서 "한국은 미국을 모른다"고 결론지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인들의 응답에 너무 일관성이 없고 앞뒤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테러 응징을 지지하면서도 이라크 전쟁은 반대하고, 그러면서도 파병은 하였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은 자신의 부에 비해 가난한 나라를 지원하는 데 매우 인색한 나라로 평가됨에도 우리만 유일하게 후하게 평가했다. 세계가 비난하는 지구 온난화 문제에 관한 미국정책에도 압도적 지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되었다. 미국은 세계의 유일 패권국가이자 우리의 가장 중요한 우방으로 우리는 안보를 미군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 한국인들이 정작 미국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거의 비슷한 시기인 2004년 2월 독일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이 독일인들의 대미 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응답자의 72%가 "미국을 방약무인하고 매우 이기적인 나라로 생각한다"고 응답하였다. 하지만 이런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답한 사람이 90.4%나 됐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관계 악화가 독일 경제를 해칠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이 80.9%였다. 매우 냉정하게 미국과의 관계를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이렇듯 점차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지구촌 속에서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지구촌의 쟁점들"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할 뿐만 아니라 인류의 번영과 평화, 그리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통한 환경보전과 자원고갈 방지로 후손들에게도 좀더 나은 지구촌을 물려주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지구촌 시민교육을 위하여 쓰여졌다. 이 지구촌의 쟁점들은 지구촌 시민들 누구나 이해해야 할 교양이자 상식이다. 하지만 단순한 교양과 상식을 뛰어넘어 전공과 교양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우리의 일상사와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문제들을 흥미로우면서도 깊이 있게 서술하려고 노력하였다. 따라서 이 책은 누구나 교양으로 평이하게 읽으면서 국제정치의 깊숙하고 은밀한 면까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독자에 따라서 가끔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지만 각자의 수준과 필요에 맞게 선택적으로 읽으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을 쓰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측면을 특히 강조하고자 노력하였다. 첫째, 오늘날 우리의 생활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경제문제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국제정치·경제 문제에 비중을 두었다. 둘째, 제국주의적·신식민지주의적이며 고압적이고 일방주의적인 강대국들의 행태에 대한 비판적 안목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셋째, 가능하면 한국문제와 관련시켜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다. 넷째, 지구촌 시민으로서 세계평화와 인류공존·공영을 위한 미래지향적이고 진보적인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국제관계의 새로운 영역과 쟁점들을 포함시키려고 하였다. 다섯째, 국제관계의 실상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차가운 머리"를 갖고 있어야 함은 물론, 인류애·정의감·동정심 등 "따뜻한 가슴"도 함께 가져야 한다는 점을 느끼도록 기술하려고 하였다.
제1장 세 계 화
제2장 지역주의, 지역통합과 EU
제3장 다국적기업
제4장 현대전과 무기
제5장 탈냉전기의 테러문제와 9·11
제6장 탈냉전기의 민족·종교분쟁
제7장 환경문제와 국제관계
제8장 인구·자원문제와 국제관계
조순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정치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정치학 석사)
전북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정치학 박사)
미국 University of Missouri, Columbia 방문교수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과장
전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소장
전북대학교 지방자치연구소 소장
전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전북대학교 행정대학원 원장
외무고시 등 각종 국가고시 위원
호남정치학회 회장
호남국제정치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현, 세계지역학회 부회장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
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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