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거버넌스에 관한 논의가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마 치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를 머금는 대지처럼 연구자는 연구영역에, 실무자는 실 무영역에 여과 없이 적용하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거버넌스에 관한 논의가 학문적으 로나 실무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기존의 학문적 틀이나 실무적 방법으로 는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만큼 한계를 느껴왔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는 것일 수 도 있다. 역사적으로 사회과학은 시민사회의 발전 양식과 동일한 궤도를 그리면서 발전하였다 는 점을 되새겨 볼 때 오늘날 거버넌스가 사회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민사회영역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는 점을 암 시한다. 이렇게 볼 때 최근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의 확산은 이미 변화되어 버린 시민 사회의 존재 양식에 대한 뒤늦은 대응으로 해석된다. 원래 시민사회는 자기발전적 본 성을 갖고 있고, 그 본성의 표출은 대의체제와 통치체제의 양식으로 구조화되고 제도 화되어 왔다. 따라서 시민사회의 변화는 대의체제와 통치체제의 변화로 이어질 수밖 에 없고, 대의체제와 통치체제의 변화는 자연스레 행정의 문제해결방식에 대한 변화 를 동반한다. 이상과 같은 맥락하에 오늘날 거버넌스에 관한 논의는 시민국가체제의 존재양식과 기 본 구조에 심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시민국가체제의 규범 적 토대인 자유민주주의의 수정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거버넌스를 일시적으 로 등장하였다가 쉽게 퇴조해 버리는 학문적 유행으로 보기보다는 민주주의와 국가성 의 재편에 상응하는 새로운 인식체계의 일환으로 볼 필요가 있다. 사실 거버넌스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과론 적 검증과정을 통해 처방적 대안을 제시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채 다만 규범적이 고 선언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이에 거버넌스를 새로운 인식체계라는 점 에 공감하는 젊은 학자들이 모여 공부하는 모임을 갖게 되었다. 모임 초기에는 거버넌 스의 개념과 그 적실성에 대해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고, 이후에는 국내·외 사례 에 대한 평가를 하였다. 그 과정에서 그 동안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여 작은 책으로 출 간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개진되었고, 오랜 망설임 끝에 본서를 출간하게 되었다. 그러나 거버넌스에 대한 개념적 모호성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론적 체 계의 기본 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단행본을 출간하는 것이 거버넌스에 대한 혼란만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책임감을 의식한 터라 본서를 출간하기로 의견을 모은 이후 필진간의 논쟁과 토론은 가열되기 시작하였다. 필진이 첫 번째로 부 딪힌 문제는 ‘governance’를 어떻게 한국적 인식체계로 전환하여 수용할 것인가 하 는 점이었다. 이미 학계에서는 ‘governance’를 ‘국정관리,’ ‘협치,’ ‘공치,’ ‘통치구조,’ ‘지배구조’ 등 다양한 용어로 전환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 히 검토하였으나 이러한 용어들이 ‘governance’의 개념을 포괄하는 데 한계가 있음 을 확인하고 결국 ‘거버넌스’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이 와 같이 ‘governance’를 ‘거버넌스’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이 분야의 연구자들 에게는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개념이지만 실제 행정문제를 담당하는 실무자나 참여의 주체인 일반 시민들에게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념일 수 있다는 점과 한국적 이 론체계의 정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점 또한 깊게 인식하였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본서의 내용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려 노력하였으나 근본적으 로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히면서 필진들의 후속연구과 제로 삼으려 한다. 다음으로 필진간에 가장 많은 논쟁과 토론이 벌어진 부분이 바로 ‘로컬 거버넌스’ 의 실체를 찾는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 논점은 글로벌 거버넌스, 리저널 거버 넌스, 내셔널 거버넌스와 차별화되는 로컬 거버넌스만의 독특한 인식체계와 방법론이 존재하는가, 아니면 거버넌스의 분석단위와 대상을 단순히 로컬 단위에 국한한 것을 로컬 거버넌스로 보아야 하는가라는 점이었다. 이 문제는 본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대목이었다. 예를 들면 지방 교통문제에 대해 전자의 논점을 적용하 게 되는 경우 ‘교통 로컬 거버넌스’가 되는 것이고, 후자의 관점을 따르게 되면 ‘로컬 교통 거버넌스’가 되기 때문이다. 수개월에 걸친 논쟁과 토론과정을 거치면 서 이 문제에 대한 통일된 합의를 찾으려 하였으나 결국 분석단위와 영역에 따라 달 리 적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에 따라 각 영역별로 적용된 관점이 다소 다르다는 점을 아울러 밝힌다. 이와 같이 많은 한계와 미진함에도 본서를 감히 출간하게 된 것은 지방 차원에서 시민 민주주의에 대한 주민 욕구가 분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의 문제해결방식 과 지방공무원의 인식은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고 있어 지역 내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 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서가 비록 미완의 형태로 출간되지만 본서를 통해 실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의 인식이 다소나마 변화되기를 기대하는 동시에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는 젊은 세대들이 새 로운 인식체계를 갖고 행정학을 이해하기를 바란다. 또한 본서의 집필에 참여한 필진 들은 본서를 시작으로 앞으로 한국적 특성에 맞는 거버넌스체제의 발굴과 각 영역별 거버넌스체제의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 모임을 갖고 그 결과물을 출간함으로써 본서의 미진함을 보완해 나갈 것이다. 2003년 6월
제1장 로컬 거버넌스의 등장과 발전 제2장 로컬 거버넌스관련 제 이론적 접근 제3장 로컬 거버넌스의 전략 제4장 로컬 거버넌스와 환경문제 제5장 로컬 거버넌스와 쓰레기문제 제6장 로컬 위기관리 거버넌스 제7장 로컬 거버넌스와 경찰서비스 제8장 로컬 거버넌스와 복지문제 제9장 지방정부 문화행정의 로컬 거버넌스 접근 제10장 로컬거버넌스와 지역교육
이은구 Budapest University of Economic Sciences, 정책학 박사 현 한남대학교 행정학과 부교수 원구환 연세대학교, 행정학 박사 현 한림정보산업대학 지방행정과 부교수 문병기 미국 The Ohio State University, 정책학 박사 현 한남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 최영출 영국 University of Newcastle, 정책학 박사 현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부교수 윤경준 연세대학교, 행정학 박사 현 충주대학교 행정학과 부교수 김겸훈 한남대학교, 행정학 박사 현 충주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우권 연세대학교, 행정학 박사 현 서남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 이재은 연세대학교, 행정학 박사 현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 남기범 연세대학교, 행정학 박사 현 성결대학교 행정학과 부교수 박상주 연세대학교, 행정학 박사 현 우석대학교 정치행정경찰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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