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한국경쟁법학회 회원 여러분께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매년 되풀이해서 경험하는 것이지만, 계속되는 무더위에 지쳐 시원한 단비를 기다릴 때쯤엔 쏟아지는 폭우로 시름겨워하게 하던 여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대기가 서늘해지고 하늘이 높고 푸르러지는 가을로 접어듭니다. 이처럼 구별되는 네 개의 계절을 가진 나라에 사는 것은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위도에 있어 네 개의 계절을 가진 나라 중에서도 절기상 가을인 9월 말에 프랑스, 벨기에와 같은 유럽 국가에는 여름철 못지않은 불볕더위가 닥치고 미국 뉴욕에 돌발홍수가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는 때라 익숙한 날씨가 오히려 더 반갑게 느껴집니다. 경쟁법은 전통적으로 경쟁, 소비자후생과 같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한다고 인식되지만, 경쟁법 집행과 경쟁정책에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같은 비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고려하고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듯이 시대와 환경 변화에 따라 경쟁법 연구의 외연도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경쟁법학회 연구자들은 이런 해외 동향을 늘 주시하면서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경쟁법상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해서는 2023년 3월 발간된 경쟁법연구 제47권에 실린 한동대 조혜신 교수의 논문 참조).

이번 「경쟁법연구」 제48권에는 특집논단에 5편, 일반논단에 8편 모두 13편의 논문을 실었습니다. 특집논단에 실린 5편의 논문은 모두 2023년 8월에 유통산업 분야 6개의 사업자단체의 공동 후원으로 “대규모유통업법의 법체계적 지위와 주요 쟁점”을 주제로 개최된 특별 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입니다.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의 전제로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의 의미와 요건”(신영수 경북대 교수)과 “대규모유통업법과 하도급법의 관계-현행 규정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중심으로-”(정재훈 이화여대 교수)는 학술대회 제1부인 “우리나라 법질서상 대규모유통업법의 지위” 세션에서 발표된 것입니다. “대규모유통업법상 판촉비용 관련 법적 쟁점과 개정의견”(심재한 영남대 교수), “최근 대규모유통업법의 법적 쟁점에 관한 연구-판매장려금 문제를 중심으로-”(최요섭 한국외국어대 교수)와 “대규모유통업법 규제 재검토 논의를 위한 조항별 판례 분석”(강정희 법무법인(유) 태평양 변호사)는 학술대회 제2부인 “대규모유통업법의 최근 동향과 주요 쟁점” 세션에서 발표된 것입니다. 경쟁법학회는 경쟁법의 적절한 집행을 통한 경쟁 문화 확산을 위해 집행자와 수범자의 어느 한쪽에 서지 않고 객관적인 학문 연구를 지향하므로, 학문 연구의 객관적 엄밀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한 집행당국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연구의 문호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따라 학회는 이런 학회의 취지에 공감하는 주요 사업자와 사업자단체를 선별하여 재정 후원을 받으면서 관련 주제에 대한 연구 기반을 확대하는 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2023년 8월의 특별 세미나는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유통산업 분야 6개의 사업자단체의 공동 후원 아래 후원 단체의 공동 관심사인 대규모유통업법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이번 학술대회의 자리를 빛내주시고 발표 자료를 더 발전시켜 학술지에 게재할 만한 논문으로 완성한 5분의 필자들의 노고에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일반논단에는 “사회적 시장경제”(권오승 서울대 명예교수),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 판단기준에 관한 연구-소비자후생 기준과 소비자선택 기준을 중심으로-”(이호영 한양대 교수), “해운선사 간 운임협약과 해운법상 “자기완결적” 적용제외“(이봉의 서울대 교수),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소고“(김지홍ㆍ윤동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기업집단 공시의 제도적 함의와 그 한계에 대한 개선 방향”(유영국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가맹사업법상 정보공개서 등록제도의 공시제도로 변경방안”(정주미 서울대 연구원), “FRAND 조건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 확약과 시장지배력 남용 문제-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0두31897 판결을 중심으로-”(주진열 부산대 교수), “단말기 유통법 시행 10년의 회고와 전망-경쟁과 소비자 관점에서-”(황태희 성신여대 교수) 등 8편의 옥고가 실렸습니다. 미리 기획된 것이 아님에도 학술지에 투고해주신 필자들은 경쟁법 분야의 원로, 중견, 신진학자에 걸쳐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다루는 주제들도 경쟁법의 기초부터 실제적인 적용 문제까지, 그리고 일반 경쟁법부터 대기업집단법, 거래공정화특별법, 전문분야 규제법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쟁법 연구자들의 저력을 보여주신 필자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학술지 발간에도 편집위원장인 황태희 교수, 편집이사를 겸하고 있는 유영국 연구위원을 포함한 7분의 편집위원들이 큰 노고를 베풀어주셨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 수고의 손길을 보내주신 많은 분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제 2023년을 한 분기 남겨놓은 시점에서 학회는 10월과 11월 공정거래위원회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2회의 학술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2회의 학술대회를 끝으로 지난 2년간 경쟁법학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오신 집행임원들의 소임도 마무리하게 됩니다. 지난 2년간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주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회원 여러분께 집행임원진을 대표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한 분 한 분 댁내 평안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특 집 논 단]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의 전제로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의 의미와 요건 / 신영수

대규모유통업법과 하도급법의 관계 - 현행 규정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중심으로 / 정재훈

대규모유통업법상 판촉비용 관련 법적 쟁점과 개정의견 / 심재한

최근 대규모유통업법의 법적 쟁점에 관한 연구 - 판매장려금 문제를 중심으로 / 최요섭

대규모유통업법 규제 재검토 논의를 위한 조항별 판례 분석 / 강정희

[일 반 논 단]

사회적 시장경제 / 권오승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 판단기준에 관한 연구 - 소비자후생 기준과 소비자선택 기준을 중심으로 / 이호영

해운선사 간 운임협약과 해운법상 “자기완결적” 적용제외 / 이봉의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소고 / 김지홍․윤동영

기업집단 공시의 제도적 함의와 그 한계에 대한 개선 방향 / 유영국

가맹사업법상 정보공개서 등록제도의 공시제도로 변경방안 / 정주미

FRAND 조건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 확약과 시장지배력 남용 문제 -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0두31897 판결을 중심으로 / 주진열

단말기 유통법 시행 10년의 회고와 전망 - 경쟁과 소비자 관점에서 / 황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