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곧 사람을 쓰고,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며, 주식을 발행하고 거래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상품을 만들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판매를 하여, 시장을 지배하는 경쟁을 벌이고, 그렇게 번 돈에 대해 세금을 낸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경영행위들은 다양한 법제들, 이를테면 노동법, 금융법, 증권법, 지적재산권법, 정보통신법, 공정거래법, 조세법 등등의 규율을 받는다. 기업경영은 법을 외면하던 시대(불법경영시대)에서 교묘하게 비껴가던 시대(탈법경영시대)를 지나 법을 준수하지 않고는 지속하기 어려워진 시대(준법경영시대)로 접어들었다. 오늘날 준법경영(합법경영)은 윤리경영의 핵심이며, 지속가능한 경영의 중심이다. 또한 준법경영은 세계화시대에는 특히 다국적기업에게 요구되는 인권존중경영의 토대를 이룬다. 그렇기에 기업경영을 규율하는 법은 ― 법의 지배나 법치주의를 외치는 법률가에게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 이제 경영의 합리성을 법적 정의의 관점에서 재단하고 때로는 억압하는 이른바 ‘법의 우위’, 또는 ‘법치’(rule of law)의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 경영의 합리성과 창의성을 보호하고 촉진시키기 위해 경영과 ‘소통’하는 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경영과 소통하는 법’의 요청은 형법이 기업경영을 통제하는 경우에 더욱 더 절실해진다.
  형법의 개입은 기업경영에서 발생한 법적 문제들 가운데 가장 중대한 것들에 집중된다. 중대한 사건이기에 중한 제재가 요구되지만, 그 제재의 중대성 때문에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형법은 기업의 경영이 갖는 고유한 합리성의 논리들과 창의적 기제들과 가장 긴밀한 소통을 펼쳐야 한다. 이 책은 경영을 억압하고 지배하려는 형법을 지양하고 바로 그처럼 경영과 소통하는 합리적인 형법이 되려는 기획에서 쓰여졌다. 이 책이 다루는 경영법학의 분야는 물론 제한적이다. 나의 연구가 경영법학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경영이 마주하는 법적 문제들 가운데 내가 보기에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 특히 (부실감사법을 포함한) 자본시장법(특히 증권법), 공정거래법 그리고 조세법의 분야에서 등장하는 형법적 문제들은 거의 빼놓지 않고 있다. 또한 경영실패에서 경영진의 형사책임(배임죄)이라는 경영형법의 근본문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더 나아가 제한된 범위이긴 하지만 노사관계상의 중요한 형법문제들과 정보통신법적 문제도 일부 다루고 있다. 지적재산권법의 문제가 다루어지지 않은 것은 나로서도 아쉽다. 이 책의 또 다른 발전에다 남겨두기로 한다. 

제1부　경영실패와 형사책임
[1] 경영실패와 경영진의 형사책임　

제2부　공정거래와 형법
[2] 공정거래형법의 조망과 전망　
[3] 카르텔과 형법　
[4] 시장지배적 지위남용과 형법　
[5] 동의명령제와 형법　

제3부　자본시장과 형법
[6] 주가조작의 형사책임　
[7] 주식공모사기　
[8] 내부자거래와 형법　
[9] 차입에 의한 M&A와 형법　
[10] 부실감사책임과 형법책임　

제4부　조세와 형법
[11] 조세형법의 불법구조　
[12] 조세형법의 정당성기초와 위헌성 판단　
[13] 조세범처벌의 유형과 절차　
[14] 조세범처벌의 적법절차성　
[15] 상장주식양도세포탈죄　

제5부　정보경영과 형법
[16] 정보이용동의와 DBM　
[17] 해킹과 형법　

제6부　노사관계와 형법
[18] 노동형법의 패러다임과 헌법질서　 

이상돈

서울 출생
서울 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총장상 수상)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졸업(법학석사)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교 대학원 졸업(Dr.jur.)
현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정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