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책의 원고를 출판사에 전부 넘긴 후 초교를 할 때 서문을 쓰는 버릇이 있다. 서문을 쓰는 순간은 이제 집필원고를 끝냈다는 ‘안도감’과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보잘것 없는 내용이 된 것 같은 ‘허무함’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잠시 후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독자들이 어떻게 평가할까에 대한 자기평가를 하는 준엄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혹평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해명차원에서 이 책의 집필동기를 밝히기로 한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2001년부터 석사과정 과목으로 ‘공공책임과 윤리’라는 강의를 하게 된 데 있다. 그 강의를 시작하게 된 데는 지극히 개인적인 계기가 있었다. 1999년 서울대에 막 부임했을 당시 책임시간을 채우기 위해 가르칠 과목이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그때 여러 은사님들이 이 과목이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강의 개설을 권하시는 것이었다. 학부때 국민윤리과목을 수강한 것 이외에는 이와 유사한 과목을 수강해본 적도, 가르쳐본 적도 없는 필자에게 공공윤리같은 과목을 가르친다는 것은 선뜻 결심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평소 프랑스에서 공부한 ‘죄’로 미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2000년 여름방학기간에 The George Washington 대학을 방문할 기회가 생겨 가게되었다. 그리고 마침 청강이 가능한 몇 가지 과목 중에서 Michael Harmon 교수의 Ethics and Public Values(석사과정)과목이 있어, 이를 듣게 되었다. 그 때 배운 강의내용을 요약하고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 이 책의 제2편의 내용이다. 물론 Harmon교수 강의의 윤리관 유형분류는 Sommers의 책을 근거로 한 것이다.
  ‘공공책임과 윤리’강의를 시작한 첫해인 2001년에는 Harmon교수의 강의내용이 나의 한 학기 강의를 거의 차지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서양의 윤리철학이 한국인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윤리관을 설명하는데 부족하다는 생각이 커졌다. 따라서 좀 한국적인 것을 발전시키려고 이것저것 추가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이 책의 제 3편 이후의 내용이다. 그러나 그 부분에 대한 강의내용은 아직 체계가 부족하고 심도가 낮아 이 책에는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학기말이면 학생들로부터 강의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이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은 이 강좌에 대해 ‘진정한 토론식 강의’,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되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서’ 등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었다. 많은 학생들이 강의명에 ‘윤리’보다는 ‘철학’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제안도 해 주었다. 또한 수강생 중 몇 명은 이 강의수강을 인연으로 졸업 후에도 나와 계속 연락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졸강임에도 불구하고 수강해준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어떤 면에서 이 책은 수업에서 진지하게 윤리문제에 대해 고민을 나눴던 이들 학생들과의 공동저서라고 봐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의 행정연구와 교육은 기술합리성에 경도되어 지엽적인 것을 다루는데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는 반면 근본적 문제인 윤리철학적 이슈는 매우 경시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이 부족한 저서를 계기로 공공부문에서 추구해야할 가치가 무엇인가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제1편 윤리와 공공생활
제1장 윤리란 무엇인가
제2장 글로벌 윤리관 분류의 기준 

제2편 글로벌 공공 윤리관: 철학적 접근
제3장 절대주의
제4장 공리주의
제5장 윤리적 상대주의
제6장 윤리적 이기주의 

제3편 글로벌시대의 한국 공공윤리
제7장 서구 공공윤리의 문제
제8장 한국사회의 전통윤리
제9장 한국사회의 윤리경쟁력
제10장 공직자의 윤리 

제3편의 내용종합 

제4편 윤리성의 발달
제11장 윤리성의 개인적 발달 

임도빈
서울대 사회교육과(문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
서울대 박사과정 수료(행정학 전공)
프랑스 파리정치대학(l’Institut d’Etudes Politiques de Paris. 일명 Sciences-Po) 사회학 박사
미국 Indiana University and Perdue University at Indianapolis(IUPUI) 교환교수(2005-2006)
프랑스 파리정치대학(l’Institut d’Etudes Politiques de Paris) 초빙교수(2005)
현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