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본에 건너가 교통 사고를 일으킬 뻔 한 적이 있었다. 맞은 편 차가 우회전 신 호를 넣으면서 교차로에 들어오기에 경고 목적으로 헤드라이트를 깜박인 뒤 직진하려 고 하였다. 그러자 그 차도 급히 진입해 들어왔고 그 바람에 정면 충돌을 할 뻔하였 다. 다행히 서로 급제동을 함으로써 간신히 충돌은 피했지만 나중에 그 이유를 알고 쇼크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유인즉슨, 한국에서는 헤드라이트 깜박이가 상대 차에 대한 경고를 뜻하기도 하지만 일본에서는 양보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 는 한국식으로 ‘내가 가니 멈추어라’는 뜻으로 신호를 보낸 것이었지만 상대방은 양 보 신호라 생각하고 그대로 교차로로 들어왔던 것이다. 동일한 깜박이지만 나라에 따 라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득한 순간이었다. 학문의 세계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일본에 건너가 마케팅 책을 읽어보 니 미국의 마케팅 책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미국의 원서나 이 와 비슷한 한국 교과서를 많이 보아온 관계로 일본의 마케팅 교과서도 비슷하겠거니 생각했었는데 놀랍게도 기본부터가 달랐다. 마케팅의 정의에 소비자나 고객을 강조하 는 단어가 거의 없었고 그 흔한 소비자 의사 결정 모델이나 BCG 매트릭스(보스턴 컨설 팅 그룹의 사업 분석 모델) 조차도 마케팅 교과서에 거의 실려있지 않았다. 특히 미국 이나 한국의 마케팅 교육에서 중요시하는 소비자 행동론 교과서가 일본에는 단 한 권 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매우 놀랐었다. 더욱 재미난 것은 일본 학자들이 마케팅을 연구하는 자세가 우리와 사뭇 다르다는 점 이었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론에서부터 접근하기보다는 기업 현장에 들어가 그들의 활동을 정확히 기술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이론을 도출해내는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그 결과 그들은 미국의 마케팅과는 다른 정의를 도출해내고 미국과 다른 이론적인 틀 로 마케팅 현상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웃 나라인데 왜 이처럼 다른 것일까? 일본은 왜 미국과 다르게 마케팅을 해석하고 또 다른 방식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인가?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으 로 건너간 나에게 있어서 이러한 의문들은 반드시 밝혀내야 하는 커다란 연구 과제의 하나였다. 이제 10여 년간 일본에서 공부하고 연구한 내용들을 토대로 이에 대한 나 의 대답을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일본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연구한 까닭에 책의 곳곳에 생 생한 기록들이 많이 들어있다. 특히 각각의 현상을 가능한 많은 사례들을 가지고 설명 하고자 하였기에 일본 기업들의 재미난 실례들을 많이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비교 제도 분석이라는 이론적 틀을 가지고 일본 기업들의 시장 행동을 설명하고 자 하였다. 때문에 독자들은 일본 기업의 시장 행동뿐만 아니라 왜 일본 기업들이 그 러한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배경과 이유도 함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도적 틀이 변화하게 되면 기업의 시장 행동도 변화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그 변화 하는 모습까지도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점 때문에 독자들은 일본 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동태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론적 틀을 가지고 접근하되 가능하면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노력하였다. 우선 이 책은 한국과 일본의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회에서 그 내용을 체크하였으며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서 그 내용과 문체들을 세심히 체크하였다. 이 때문 에 일반 독자들도 무리 없이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2004년 2월 관악에서 김현철 

제1장 일본 기업의 마케팅 제2장 제품 개발과 출시 제3장 영 업 제4장 유통 관리 제5장 광 고 제6장 판매 촉진 제7장 구 전 제8장 브 랜 드 제9장 가 격 제10장 일본 기업의 경쟁과 전략 제11장 일본적 마케팅의 변형 제12장 일본적 마케팅의 미래 

김현철 교수는 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경영 대학과 동 대학원을 수료한 뒤 일본의 케이오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하기 전까지 나고야 상과 대학과 미국의 Harvard Business School 등에 서 연구하였으며 일본 츠쿠바 대학교에서 부교수로 재직하였었다. 　일본어 저서로는 “일본적 마케팅의 재구축”과 “컨비니언스 스토어 업태의 혁 신”, “영업의 본질”, “고객 창조”, “일본 유통 산업사” 등이 있다. 또한 논문 “Search and Collaboration: A Two-sided Buying Behavior in Business Markets”으 로 2002년 AMA Winter Conference에서 Best Paper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일본에 있는 동안에는 일본 경제 산업성(구 통산성)의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신 일본제철과 JR, JA, 닛산 자동차, 다이하츠 자동차, 후지 제록스, 캐논, 가오, 아 사히 맥주, 기분 식품, 이세탄 백화점, 자스코, 월드, 동경 디즈니랜드, 바이엘 재팬 등의 마케팅 교육 및 자문 등을 담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