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의 현장에서는 말기환자나 생존가능성이 불투명한 환자에 대한 치료를 언제 중단 해야 하는지가 늘 문제되어 왔다.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는 생존확률의 판단이라는 의 학적 문제이지만, 생명윤리의 중심영역에 들어와 있으면서, 아울러 의료자원의 합리 적 배분이라는 의료경제학적 합리성에도 관계한다. 더욱이 치료중단의 문제는 보라매 병원사건(환자보호자의 강력한 퇴원요구로 인해 환자를 퇴원시키고 치료를 계속할 수 없었던 의사에 대해 제1심에서 살인죄가 그리고 항소심에서 살인방조죄가 선고된 사 건)을 계기로 이제는 매우 중요한 형법적 문제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렇지만 형법학의 지식만으로는 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 치료중단의 형법적 책임을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제간 연구가 필요하다. 의학 은 물론 윤리학과 (법)철학, 의료사회학과 법사회학, 그리고 법이론과 형법도그마틱 (형법해석학) 사이에 지식과 관점이 원활하게 교환되어야 한다. 이런 학제간 교류를 통하여 형법적 책임의 귀속은 ‘반성적 평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치료중단의 문제는 나의 학문적 인식관심에서 보면 너무나 중요한 문제들을 건드리고 있다. 첫째, 치료중단의 문제는 자연법과 법실증주의의 대립을 극복하는 절차주의적 법모 델, 내가 지난 10여년간 발전시켜온 이 새로운 법모델이 그 이론의 실천력을 보여주기 에 매우 적합한 모범적인 사례이다. 둘째, 치료중단의 문제는 의학적 판단과 법적 판단 사이의, 또는 의료체계와 법체계 사이의 부정합을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그와 같은 사회체계간의 통합문제는 법사회학 자가 지나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셋째, 치료중단의 문제는 부작위범이론, 인과관계이론 그리고 고의(방조고의)귀속론 과 같은 범죄론의 중앙무대에서 새로운 이론의 지평을 열어준다. 특히 내가 그간 보여 온 형법이론과 귀속론 그리고 형사정책 사이의 유기적 연관에 대한 통찰은 그와 같은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넷째, 치료중단의 문제는 의료법학자에게도 너무나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의료체 계의 기능적 결함이 치료중단의 현실에서 드러나고, 치료중단의 법제화기획은 의료생 활세계의 합리화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 다섯째, 치료중단의 보통명사처럼 되어 버린 보라매병원사건은 아직 소송에 계류중이 라는 점에서 나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에게 사법체계와 생산적인 대화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독일의 판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우리의 법원도 판결문 속 에 학자의 글을 인용하는 대화적 개방성을 보여준다면 우리의 법문화가 한 단계쯤은 더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도 감히 가져본다. 이러한 이유들에 의해 나는 이 작은 책을 단숨에 써내려가면서 행복한 감정에 빠질 수 있었다. 다양한 이론과 역동치는 현실의 통합, 언제나 내가 지향했던 이 학문적 앙 가쥬망을 적지 않게 배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나의 이론적 구상이 실패로 끝 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1] 도입글: 치료중단―살인과 의권 사이
[2] 치료중단의 법이론적 분석
[3] 현행법상 치료중단의 형사책임
[4] 맺음말: 치료중단과 법해석정책

[부록] 의학적 충고에 반한 퇴원에서 의사의 형사책임

1961　서울 출생
1977　중앙중학교 졸업
1980　서울고등학교 졸업
1984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법학사)
1986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수료 (법학석사)
1991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교
　　　대학원 수료 (법학박사 Dr.jur.)
현재,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정교수